석달 남았는데 가이드라인도 안나와…강행시 韓수출기업도 영향 불가피
브라질 아마존의 불법 삼림벌채 현장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야심 차게 마련한 '산림 훼손 수입품 금지' 시행을 석 달 앞두고 EU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도한 행정적 부담과 준비 미흡 등을 이유로 시행일을 아예 연기하거나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 집행위원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EU 관보에 따르면 오는 12월 30일부터 EU의 '산림전용방지규정'(EUDR)이 본격 시행된다. 소규모 영세 업체들은 내년 6월 30일부터 적용 대상이다.
EUDR은 축산업 등을 위해 산림을 농지로 전용했거나 벌채·황폐화한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의 EU 역내 유통을 금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법이다.
이런 제품을 EU 시장에 공급하거나 수출하려는 기업은 생산국·생산지의 지리적 위치, 인권·생산지 주민 권리보호 여부 등을 담은 실사 보고서를 관할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은 EU 27개국 전역에서 판매가 원천 차단된다. 규정 위반 시 EU 역내 매출의 최소 4% 수준의 과징금도 부과될 수 있다.
EU는 국가별로 산림 파괴 위험 순위를 매겨 고위험으로 분류된 원산지 제품일수록 더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적용 대상 제품군은 쇠고기, 코코아, 커피, 팜유, 대두, 목재, 고무 등이다.
특히 파생상품도 규제 대상이어서 타이어나 이를 사용하는 완성차 기업 등 한국 수출기업들도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EU는 지난해 6월 법안 채택 당시 "삼림 벌채 수입품의 종식을 가져올 세계 최초의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요 수출국들은 입법 과정에서부터 EU가 사실상의 '무역장벽'을 세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상무부가 명확한 이행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EU 집행위에 시행 연기 요청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일이 가까워지면서 EU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체코가 지난달 과도한 행정부담 등을 이유로 시행 연기를 요청한 데 이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최근 한 행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시행 연기를 주장했다고 직접 밝혔다.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집행위는 올해 3월 대상 기업들의 법 준수 준비를 돕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수출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구축하겠다던 '국가별 위험도 평가 시스템'도 마련되지 않았다.
집행위도 여러 옵션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회 다수당인 유럽국민당(EPP)의 농업정책 담당 대변인은 20일 EU 전문매체 유락티브에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EPP 관계자들과 만나 며칠 내에 시행을 연기하거나 다른 임시 해결책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규정 개정 추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EUDR이 현 집행부의 간판 녹색산업 정책인 '그린딜'(Green Deal)의 핵심 법안 중 하나라는 점에서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직전 의회에서 환경위원장을 역임한 자유당그룹의 파스칼 캉팽 의원은 "EUDR을 연기하면 다른 그린딜 법안도 지연시킬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EU의 글로벌 신뢰도에도 치명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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