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이스라엘 통신기기 폭발 사건 등 언급 없어"
[베이루트=AP/뉴시스] 20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의 파괴된 건물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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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상황 악화를 우려해 평소보다 더 방관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AP통신은 21일(현지시각) '미국은 상황이 더 악화될까 두려워하며 중동에서 평소보다 더 손을 떼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현재 중동엔 그 어느 때보다 전운이 짙게 깔려 있는 상황이다.
최근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이 배후로 지목된 무선 호출기(삐삐) 등 통신기기 대량 폭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이날 수도 베이루트를 향한 표적 공습까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일련의 사건으로 민간인을 포함한 3000여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왔고, 헤즈볼라 고위 군 지휘관 다수가 숨졌다. 중동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고, 전면전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같은 확전 위기 상황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 2명이 중동 지역에 방문해 가자지구 휴전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이에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이래 중동에서 확전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던 미국 행정부는 더 이상의 적극적인 외교 개입은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실제 지난 16일 아모스 호호스테인 미국 중동 특사가 이스라엘을 방문해 확전에 대한 경고를 했음에도 그 직후 삐삐 폭발 사건이 발생하자, 이후 미국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남을 가지지 않고 있다.
또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통신기기 폭발 사건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거부했다. 미국 행정부는 전날(20일) 발생한 베이루트 공습에 대해서도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다.
워싱턴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미국 외교정책 선임 연구원 브라이언 카툴리스는 "미국은 지금 강렬한 불빛(헤드라이트)에 눈이 부신 사슴처럼 보인다"며 "말과 행동 측면에서 보면 이는 사건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미국 행정부가 휴전 협정 없이 수개월간 중동을 방문한 것을 두고 "블링컨 장관과 다른 고위 관리들을 지역 수도의 '가구'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지구에 대한 협상을 추진했으나, 전쟁 당사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갈등의 확대 속도에 밀려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카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며 "이스라엘, 이란, 그리고 분쟁을 중단하라는 대리인들의 압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동 국가들을 결집시키는 데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은 여전히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나아가고 있다"며 이 같은 비판을 일축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지금까지 우린 (갈등이) 전면적인 지역 전쟁으로 바뀌는 걸 막는 데 성공했다"며 "우린 계속 이를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이날 "우리는 일주일 전보다 그 목표(휴전)를 달성하는 데 더 가까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포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여전히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커비 소통보좌관은 미국이 동료 중재자인 카타르 및 이집트와 협력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제시할 최종 가자 제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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