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3분기 적자폭 커질듯
파운드리 분사로 재반전 노리는 인텔
해답은 있는데 실행 어려운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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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최근 몸살을 앓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 지체 현상이 주로 지적되고 있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와 시스템LSI(설계)다.
삼파, 올해도 兆단위 손실... 3분기 적자폭 확대
최근 공개된 증권사 보고서를 보면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파운드리 및 LSI 분야에서 3000억~4000억 원의 손실을 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2000~3000억 원 적자였던 2분기보다 적자폭이 커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파운드리 부문 적자가 올해 최대 1조7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오랜만에 신바람을 낸 메모리 부문의 흑자를 파운드리가 깎아먹는 구조인 셈이다.
물론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동생을 큰형님이 학비를 대줘가며 키울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의문이 나타날 때다.
"얘, 진짜 똑똑한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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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거래부터 네이버 협업까지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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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칩의 우군이었던 네이버와의 동맹도 무산됐다. 양사는 '마하'라는 이름의 AI 가속기를 공동 개발해왔으나 최근 협력을 끝내고 각자도생 하기로 결론을 냈다. 삼성 반도체(DS)부문이 경영진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마하의 사업성이 밝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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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반도체(IDM) 기업 한계 왔나
실제 삼성 내부에서 파운드리나 LSI는 메모리에 밀려 오랜 기간 '돈먹는 하마' 취급을 받아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재용 회장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메모리에 쏠려 있는 회사 분위기까지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삼성이 지향하는 종합반도체(IDM) 기업이 구조적 한계를 나타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IDM은 설계와 생산을 한꺼번에 해 일종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기업을 뜻한다.
물론 IDM의 장점도 있다. 가령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보면 엔비디아가 설계해 TSMC가 칩을 만들어내면 SK하이닉스가 생산한 HBM을 붙여 최종 제품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다 해낼 수 있는 삼성에게 제품을 맡기면 고객 입장에서 볼 때 주문이 훨씬 간단해진다. 삼성이 내세우는 이른바 '턴키'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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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최근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반대 사례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바로 IDM 반도체의 왕, 인텔의 몰락이다. 인텔은 최근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외부 투자유치나 기업공개(IPO)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인텔에는 CPU를 만드는 설계기업의 DNA가 있고 삼성에는 메모리를 만드는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며 "고도로 분업화되고 투자금액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현 구도 내에서는 한 기업이 반도체의 '에브리띵'을 모두 해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이 잘하는 메모리에 우선 집중하되 파운드리는 TSMC나 인텔 출신 외부 인사에게 사장을 맡긴다는 각오로 대대적 DNA 변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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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분사,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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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한민국 1위 기업 삼성에게 분사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삼성이 실제 물적분할을 추진할 경우 단순히 주주반발을 넘어 전세계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한국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
반발이 적은 인적분할로 방향을 틀기도 쉽지 않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커다란 숙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 지배구조를 위협하는 이른바 '삼성생명법' 등이 언제든 국회에서 추진될 수 있다.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현재 삼성전자 1대주주인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대부분을 시장에 매각해야 한다. 보험사가 보유한 자회사 주식이 총자산의 3%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주식을 삼성전자 주주들에게 현물로 나눠주는 보상안이 필요할 것"이라며 "해답은 있지만 실행이 거의 불가능한 난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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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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