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고위 지도부는 구형 삐삐 사용해 화 면해
레바논 남부 지역 주민들이 19일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방송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레바논=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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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무선호출기(삐삐) 공격 작전이 최소 15년 전부터 준비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작전에는 이스라엘의 정보요원과 자산이 두루 활용됐으며,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무고한 사람들에게 가해질 위험이 크다며 이 같은 전술을 사용하는 것을 꺼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ABC 방송은 20일(현지시간)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앞선 17일 레바논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폭발한 헤즈볼라의 삐삐 제작에 직접 관여해왔다며 이런 종류의 ‘공급망 차단’ 작전은 최소 15년 동안 계획돼 온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을 위해 여러 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해 왔으며, 실제로 삐삐를 생산하는 합법적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작전에는 이스라엘 정보요원들이 참여했으며, 회사에서 일하는 일부 직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이며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현직 국방·정보 당국자를 인용, 이스라엘이 헝가리에 페이퍼 컴퍼니 등을 설립하고 직접 삐삐를 제작해 헤즈볼라에 판매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미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져 나온 제품의 유통 과정에 개입해 폭발물을 설치했을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전날 방송 연설에서 “적(이스라엘)은 무선호출 장치가 4,000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은 테러이며 학살이라고 비난했다. 헤즈볼라 고위 지도부는 6개월 전 새롭게 배포된 삐삐가 아닌 구형 삐삐를 사용하고 있어 화를 면했다고 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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