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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공예에 부는 디지털 바람 … 경단녀 돕는 스마트 기술 [똑똑한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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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장사-8] 젊은 시절 은행장을 꿈꾸던 은행원, 컴퓨터를 전공하고 안정적인 연구기관에 직장을 마련했던 여성. 이 땅에 수 많은 ‘82년생 김지영’들은 선망하는 직장을 가졌지만 육아로 꿈을 포기하곤 한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인구 절벽 시대를 맞아 정부가 지원하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혜택도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 여성들은 육아 때문에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이 되곤 한다.

지하철역에 들어선 미래형 공방
공예작가이자 공예사업가인 심명숙 대표(59)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젊은 시절 은행에서 일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남성들과 함께 열심히 일하며 은행장이 되는 꿈도 꿨지만 육아로 꿈을 접었다. 현재 심 사장은 경기도 부천에서 새누공방이라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고 동료 공예 사업가들과 느루공예협동조합이라는 공예협동 조합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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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명숙 쎄쎄쎄마켓 대표. <부자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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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는 인천지하철 1호선 예술회관역에 쎄쎄쎄마켓이라는 공방 매장도 문을 열었다. 쎄쎄쎄마켓은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높다. 지하철역 안에 있어 지역 주민들이 편리하게 방문해서 매장에 전시된 다양한 공예품을 즐기고 구매도 할 수도 있지만 최근에 미래형 공방으로서의 모습을 갖췄기 때문이다.

쎄쎄쎄마켓의 규모는 76㎡(약 23평) 수준인데 이 가운데 절반은 전시 판매 공간으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교육과 체험공간으로 활용된다. 올해 초 쎄쎄쎄마켓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경험형 스마트마켓 사업자로 선정됐다.

경험형 스마트마켓은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의 일환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스마트 기술을 도입할 때 국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대상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심 대표는 공예 체험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 기술을 도입해 미래형 공방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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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쎄쎄마켓 전자칠판. <부자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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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쎄쎄마켓이 도입한 스마트 기술은 전자칠판, 디지털 사이니지, 스마트 가마 등이다. 전자칠판은 다용도로 활용된다. 공예품 전시 판매 공간에서 미디어 아트로 갤러리 공간을 완성하는데 활용된다. 매장 규모가 작다 보니 공방과 공예협동조합에서 만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공간이 부족하다.

전자칠판이 들어오면서 매장에 미처 전시하지 못하는 제품들은 디지털 미디어 아트처럼 영상이나 이미지로 관람할 수 있게 됐다. 교육을 할 때는 전자칠판을 칠판 대용으로 사용한다. 76㎡라는 좁은 공간에서 전자칠판이 갤러리와 교육 두 가지 용도로 활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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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쎄쎄마켓 스마트가마. <부자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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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가마는 매장에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할 때 고객들이 자신이 만든 제품에 문구나 디자인을 넣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쎄쎄쎄마켓에 전시되는 제품은 1만~2만원대부터 100만원이 넘는 작품까지 다양하다. 고객들이 전시되는 제품을 구매할 때도 스마트 가마를 활용할 수 있다. 텀블러나 그릇 등 구매 제품에 원하는 문구나 디자인을 각인할 수 있다. 이니셜 문구를 새기면 공예품이 개인화된 작품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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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쎄쎄마켓 디지털 사이니지. <부자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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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이니지는 쎄쎄쎄 마켓에서 진행하는 교육과 전시, 체험 프로그램을 행인들에게 알리고 홍보하는 데 활용된다. 디지털 사이니지가 없었다면 교육이나 체험 프로그램을 할 때마다 인쇄물로 포스터를 만들거나 손글씨로 쓴 종이포스터를 매장 앞에 붙여야 하지만 디지털 사이니지 덕분에 깔끔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운 포스터를 만들어 행사 소식을 홍보할 수 있게 됐다. 전시하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하거나 전자칠판처럼 전시된 공예품의 이미지를 갤러리처럼 전시할 수도 있다.

쎄쎄쎄마켓을 미래형 공방으로 꾸미는데 든 비용은 총 2810만원이다. 이 중 1800만원을 국비로 지원받았다. 1010만원은 자비로 부담했다. 공방에 대한 고객들의 호응도 높다. 아직 홍보가 충분히 되지 않았지만 한 달에 2000명 이상의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고 재방문율이 50%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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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하철 1호선 예술회관역에 위치한 쎄쎄쎄마켓. <부자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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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대표는 지역의 아마추어 공예 작가들을 위해서 1일 5만원 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갤러리 공간을 대여해 줄 계획이다. 개인전을 하고 싶어도 너무 비싼 대관료 때문에 망설이던 지역 공예가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 열평 남짓한 전시공간은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에는 적당한 규모지만 전자 칠판을 미디어 아트로 활용해 매장에 전시하지 못하는 제품들은 영상이나 이미지로 고객을 만날 수 있다.

심 대표는 지역 주민들의 문화 체험 욕구를 해결해 주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 특히 문화누리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이 공간은 인기다. 문화누리카드는 정부가 저소득층의 문화 혜택과 문화 복지를 위해 발급하는 카드인데 이용자들은 이 카드를 통해 영화 도서 공연 관람 외에도 공방에서 다양한 공예 교육을 받거나 공예체험을 할 수 있다. 쎄쎄쎄 마켓에서도 문화누리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심 대표가 은행원을 꿈꾸며 입사했던 은행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자녀 육아때문이었다. 자녀가 둘이었을 때만 해도 직장 생활을 병행할 수 있었지만 자녀가 셋이 되자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다. 고향이 서울인 심 대표가 인천에 자리잡은 것도 육아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뒀지만 자녀 셋을 키우자니 남편의 벌이만으로는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심 대표는 은행 다닐 때부터 공예를 취미로 하고 있었는데 그 공예가 경력 단절 주부였던 그녀에게 취미를 넘어 사업으로 발전했다. 처음에는 공예 강사로 활동하며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일 했다. 자녀들이 자라면서 공방을 열어서 직접 공예 사업을 하게 됐다.

컴공과 출신 연구원의 경력 단절
서울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인근에서 예쁜꽃예쁜나무라는 꽃집을 운영하는 최정화 사장(50)도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공공기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던 ‘경단녀’ 출신 사장이다. 그는 꽃집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전시회도 열고 대학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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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예쁜꽃예쁜나무 사장. <부자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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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살림 때문에 안정적인 연구원 생활을 그만둬야 했던 그에게 평소 관심을 가졌던 꽃꽂이와 원예는 새로운 꿈이 되었다. 전업주부일 때 원예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 취득 후에 조경사로 일하는 선생님 밑에서 문하생으로 일하면서 배웠다. 문하생의 월급은 100만원 정도로 작았지만 그 시간만큼은 좋아하는 일을 배울 수 있었고 육아와 살림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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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예쁜꽃예쁜나무 매장. <부자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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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충분한 경험을 쌓고 나서 도전했다. 첫 매장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열었는데 지금은 수락산역 인근에서 예쁜꽃예쁜나무를 운영하고 있다. 매장 규모는 13㎡(약 4평)에 불과하지만 최정화 사장이 경력도 많고 실력이 좋아 지역 주민들에게는 꽃다발을 잘 만드는 곳으로 알려져 인기가 높다.

최 사장의 고민 중 하나는 영업을 하지 않는 시간에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었다. 꽃집을 운영하는 동안 경희대에서 석사 과정도 마쳤다. 전시회도 하고 대학 강의도 하다 보니 매장 문을 일찍 닫을 때도 많이 있는데 그럴 때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최사장은 스마트 기술로 문제를 해결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에 신청해 무인 꽃자판기를 도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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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예쁜꽃예쁜나무 사장이 무인꽃자판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자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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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꽃자판기를 통해 예쁜꽃 예쁜 나무는 낮에는 유인, 밤에는 무인으로 24시간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매장이 됐다. 꽃집이 영업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미리 만들어 둔 꽃다발이나 제품을 무인자판기에 넣어두면 고객들은 매장이 일찍 문을 닫을 때나 한밤중에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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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꽃집 예쁜꽃예쁜나무에 설치된 무인꽃자판기. <부자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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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살림으로 경력이 단절된 많은 주부들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공예나 꽃꽂이 미술 등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인기가 높다. 공예는 취미에서 출발해 작가로 성장할 수도 있고 사업화를 하는 데도 유리하다.

북유럽 지역의 경우 여성들의 솜씨를 기반으로 한 디지이너 브랜드 제품들이 생활명품으로도 인기다.한국의 경우 2022년 실시한 공예산업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공예산업 전체 매출 규모는 5조2426억대로 2018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3.2%나 성장했다. 대부분 공예 사업체들은 소규모로 운영이 되고 있으며 특히 중장년 여성들의 비중이 높은데 이런 분야에도 요즘은 디지털 전환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작품을 데이터로 저장할 수도 있고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갤러리 전시도 가능하다. 작품 제작에도 스마트 기술이 도입되고 있으며 무인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전시하거나 판매할 수도 있다. 공예 산업에서 스마트기술의 도입은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에 편리함과 효율성을 더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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