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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중동 덮친 '원격폭발 삐삐 테러', 폭약 어떻게 심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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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신 것처럼 이스라엘이 친 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는데, 이에 앞서 최근 헤즈볼라 조직원에 보급된 무선호출기, 삐삐 수천 대가 폭파하면서 수 천명의 사상자 발생했죠.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되면서 양측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데, 어떻게 민간인도 많이 사용하는 호출기를 이용한 대규모 테러가 발생한 건지, 국제부 변재영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헤즈볼라에 폭탄 삐삐가 어떻게 공급된 건가요?

[기자]
외신들은 폭탄 호출기 잔해로 공급 경로를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선 무선호출기 잔해엔 대만업체인 골드 아폴로 상표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그런데 골드아폴로 측은 해당 기기를 만든 건 헝가리 업체인 BAC 컨설팅이라면서 상표 사용만 허락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BAC 최고경영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폭탄 호출기를 만들지 않았다고 했는데, 헝가리 정부도 BAC는 중개업체이고, 제조시설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대만과 헝가리 업체 모두 제조하지 않았다는 건데, 그러면 누가 어떻게 이걸 만들어 헤즈볼라에 공급했다는 겁니까.

[기자]
가장 유력한 배후로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나오는데요,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고 가정하면 두 가지 가능성이 나옵니다. 먼저, 레바논 헤즈볼라가 무선 호출기를 제조사에서 구매하는 과정부터 이스라엘이 개입해 폭탄을 설치했을 수 있습니다. 유통에 삼사개월이 걸리는데, 그 사이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휴대전화를 가져가서 폭발물을 설치했을거란 겁니다. 또 하나는 아예 이스라엘이 외국에 유령 공장을 세우고 레바논에 수출할 호출기를 직접 생선했을 수도 있습니다. 모사드 같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정체를 숨긴 유령회사를 세우고 위장 사업을 하며 시기를 노렸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이스라엘이 직접 제조공장까지 만들어 직접 헤즈볼라에 호출기를 공급했다면 충격적인데요, 어떻게 가능한가요?

[기자]
미 뉴욕타임스는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대만 상표 호출기를 위탁 생산한 헝가리 BAC는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신분을 가리기 위한 위장 회사라고 보도했습니다. 모사드 요원들이 직원으로 위장해 실제 고객을 상대로 호출기 판매를 해왔고 2022년부터 레바논 수출도 시작했단 겁니다. 그러다 올해 2월 헤즈볼라 지도부가 위치추적을 우려해 휴대전화를 금지하자, 주문을 받게 됐고, 탄약과 폭발물을 넣은 폭탄 호출기를 만들어 납품했다고 본 겁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주문한 호출기 배터리 표면에 강력한 폭발 물질과 함께 금속 물질을 넣어서 특정 메시지를 보내면 터지도록 설계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앵커]
상당히 충격적인데요. 이번에 헤즈볼라 요원은 물론 어린이 등 민간인 피해까지 많아 유엔까지 나서 우려를 표명했죠?

[기자]
이번 호출기는 헤즈볼라 뿐 아니라 민간인들도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라 우려스럽습니다.

오마르 마르부니 / 레바논 시민 (어제 리포트)
"어제 폭발한 삐삐와 오늘 터진 무전기 모두 행정 단위에서 물류나 서비스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것은 확실히 도덕적, 인도적 의미를 지니며 군사적 측면과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민간용 물건을 무기화해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오늘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습니다.

[앵커]
아직 배후가 드러나진 않았습니다만, 이번 호출기 테러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 전면전 우려까지 고조되고 있는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겠습니다. 변재영 기자 수고했습니다.

변재영 기자(jby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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