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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HBR 인사이트]해외진출 기업, ‘아웃사이더’만 할 수 있는 걸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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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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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기업은 본국과 다른 현지 환경의 ‘이국성(foreignness)’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현지 비즈니스 환경과 문화적 차이에 적응해야 하는 데다 고객과 공급업체를 유치할 때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 기업에 비해 자원이 부족할 때도 많다. 예컨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는 일본 시장에 진출했을 때 규제와 규칙 준수를 우선시하는 현지 문화와 충돌했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도 매장 수와 자원에서 이탈리아의 현지 커피 체인인 일리카페에 밀렸다.

기업들은 대개 현지 경쟁 업체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필자가 전 세계 다국적 기업과 100회 이상 인터뷰하고 수년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이국성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이국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세 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첫째, 현지 시장에서 아웃사이더라는 지위를 역으로 이용한다. 다국적 기업은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에 현지 네트워크와 규범에서 단절돼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비즈니스의 성장이 더딜 수 있다. 하지만 아웃사이더 지위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한 예로 많은 중국 기업에서 직급이 높은 직원은 출장 시 고급 호텔에 숙박하는 식으로 우대를 받고 직급이 낮은 직원은 경제적인 숙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한 화학회사는 중국에서 직급에 관계 없이 모든 직원에게 동일한 출장 기준을 적용하며 이런 관행에 도전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변화의 영향력은 굉장히 컸다. 이 회사는 직원들을 존중한다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중국인 인재들을 대거 끌어모을 수 있었다.

이런 인재 유치 전략은 수많은 중국 기업이 높은 연봉과 상당한 성과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경쟁적으로 최상위 인재를 유치하려는 상황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중국 현지 기업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위계질서 문화 때문에 이런 관행을 받아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은 아웃사이더 지위를 활용해 엄청난 보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직원들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대우하는 것만으로도 인재를 효과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

둘째, 회사 브랜드를 영향력 있는 인물, 유명한 지역이나 업적과 연결하면 해외 시장에서 매력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캐피털은 중국에 진출하면서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에게 투자한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으로 포지셔닝했다.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실리콘밸리가 관심을 받고 있고 잡스와 머스크 모두 중국에서 팬들이 많은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탈리아 럭셔리 남성복 브랜드인 제냐도 중동 지역에서 비슷한 전략을 채택했다. 이탈리아 남성복의 화려함과 명성을 동경하는 현지 부유층 남성을 타깃으로 이탈리아의 유산과 장인정신을 강조했다. 제냐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도구를 도입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스타일링을 제공하면서도 이탈리아의 장인정신을 내세웠다.

셋째, 이국성을 기반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 좋다. 특히 다국적 기업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지 기업과 상호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 링크트인은 중국 시장 진출 초기에 신규 사용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중국의 대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위챗과 계약하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사용자의 위챗 계정에 링크트인을 포함시켜 노출 빈도를 크게 높이고 상당한 수의 신규 사용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당시 위챗도 중국 외 지역으로 입지를 넓히고자 했는데 링크트인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위챗에 해외 사용자를 유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할 수 있었다.

다른 예로 월마트는 일본에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일본의 전자상거래 대기업 라쿠텐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월마트는 라쿠텐의 인터넷 쇼핑몰에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해 라쿠텐의 고객망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 협업을 통해 월마트는 수익성이 높은 일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고 그 대가로 라쿠텐은 미국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해외 시장 진출에는 특유의 어려움이 따른다. 많은 글로벌 기업은 이질감을 최소화하고 현지 환경에 동화되는 방식으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국성을 유지하고 포용하면 예상치 못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아웃사이더의 지위를 활용해 인재를 유치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을 골라 신뢰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이국성을 경쟁 우위로 활용하는 방법을 구상해 보면 어떨까.

※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 아티클 “‘이국성’이 글로벌 사업의 경쟁 우위가 된다”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레레 상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글로벌 펠로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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