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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사설] 레바논 삐삐 폭발, 이스라엘의 ‘국가 테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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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8일(현지시각) 레바논 남부 사이다에서 발생한 워키토키 폭발 사고 현장에 사람들과 응급 구조대원들이 모여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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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서 17~18일(현지시각) 이틀 연속으로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삐삐와 무전기 등이 폭발을 일으켜 30여명이 숨지고 3천명 이상이 다쳤다. 주요 외신들은 어린이 등 불특정 민간인에게까지 큰 피해를 입힌 이 잔혹한 테러가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소행이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벌써 4만명 넘게 숨진 가자 전쟁이 여전히 휴전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테러로 오히려 확전 위험성이 더 커졌다. 이스라엘은 주변국을 자극하는 무모한 행동을 멈추고, 즉각 휴전에 응해야 한다.



레바논 보건부는 17일 오후 국내 지역에서 삐삐가 터져 12명이 숨지고 2800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비슷한 폭발은 같은 시각 시리아·이란 일부 지역에서도 일어났다. 헤즈볼라는 사건 직후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단정하고 보복을 다짐했다. 특히 17일 삐삐 폭발은 문자 도착 직후 발생해 이를 보려던 희생자 대부분이 얼굴과 가슴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18일엔 레바논 전역에서 워키토키(무전기)가 비슷한 폭발을 일으켜 추가로 최소 20명이 숨지고 450여명이 다쳤다.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를 보면,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지난 2월 이스라엘 정부가 대원들의 ‘위치 추적’을 못 하도록 휴대전화 대신 의사소통 대용품으로 삐삐 5천여개를 지급했다. 대만 기업인 골드 아폴로에서 상표권을 사들여 헝가리에 본사를 둔 ‘비에이시(BAC) 컨설팅’ 회사 제품이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3명의 이스라엘 정보 장교를 인용해 이 기업이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만든 유령 회사라고 전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스라엘 정부가 미리 함정을 파놓고 무고한 이들에게 치명적 피해를 끼칠 수 있는 테러를 자행한 셈이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이 끝나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해야 할 처지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미국 등이 주도하는 휴전 협상에 어깃장을 놓고 ‘숙적’인 이란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끊이지 않는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번 사건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며 국제사회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도 당혹한 기색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국제사회의 신용을 크게 잃었다. 이제라도 전쟁을 멈추고 사건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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