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 사이의 국경을 넘는 공격이 이어진 가운데 레바논 남부 마을 크파르 킬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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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전역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쓰는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무전기(워키토키) 폭발이 이틀 연속 발생해 32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전쟁의 새로운 국면 시작”이라고 선언한 가운데 ‘가혹한 대응’을 천명한 헤즈볼라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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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장비도 폭발…시민들, 휴대폰도 꺼”
레바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3시30분부터 1시간가량 무선호출기 수천 대가 동시다발로 터져 어린이 2명을 포함해 12명이 숨지고 2800여 명이 다쳤다. 이어 18일엔 무전기 수십 대가 연쇄 폭발해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20명이 숨지고 450명 이상이 다쳤다.
무전기 폭발은 전날 호출기 폭발로 숨진 헤즈볼라 대원 3명과 12살 소년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수천 명이 모인 곳에서도 발생했다. 이 장례식에선 무전기 뿐 아니라 태양광 장비도 갑자기 폭발했고, 폭발이 일어나자 사람들이 휴대폰과 다른 장치를 끄기 위해 달려갔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헤즈볼라의 거점으로 알려진 베카 밸리와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 등에선 최소 60채의 집과 상점, 수십 대의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화재에 휩싸였다.
18일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보이스카웃들이 전날 무선호출기 폭발로 사망한 동료 스카웃의 사진을 들어올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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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레바논 베카밸리에서 삐삐 폭발로 숨진 파티마 압달라(10)의 장례식에 가족들이 모여있다. 압달라의 이모는 압달라가 막 학교에서 집에 돌아왔을 때 식탁 위의 호출기가 삐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압달라가 아버지에게 가져가려고 장치를 집어 들었을 때 장치가 폭발했다고 전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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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기, 이스라엘 유령 회사서 생산”…무전기는 일본 제품?
뉴욕타임스(NYT)는 “18일 폭발한 무전기는 호출기보다 더 크고 무거웠고 어떤 경우에는 더 큰 화재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NYT는 사진과 영상을 분석해 무전기가 일본 회사 ICOM 브랜드의 IC-V82이고, 헤즈볼라가 어디서 구입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에 ICOM 측은 폭발한 무전기가 자사 제품 위조품일 가능성이 있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 무전기도 전날 폭발한 호출기와 비슷한 시점인 5개월 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월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표적 공격을 우려해 휴대전화를 폐기하라고 경고한 후다.
1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장례식 도중 헤즈볼라 대원이 무선 통신 장치를 들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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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레바논 베이루트 교외 전역에서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전기가 폭발하면서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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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전날 폭발한 호출기는 이스라엘의 ‘유령 회사’에서 생산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NYT는 익명의 이스라엘 정보 당국 관계자 3명을 인용해 “대만 기업인 ‘골드 아폴로’의 수주를 받아 계약을 체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소재 BAC 컨설팅은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운영하는 유령 회사”라고 보도했다. 해당 공장 외에도 이런 유령 회사가 최소 두 곳이 존재하며, 헤즈볼라를 위해 별도로 생산된 호출기 배터리에 폭발물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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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예사단 북부로 이동
헤즈볼라가 18일 “레바논 국민을 학살한 적(敵)에 대한 가혹한 대응”을 천명하면서 양측간 전면전 돌입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다음 날부터 하마스와 연대하겠다며 이스라엘 북부를 미사일 등으로 공격해왔으나 가자지구 휴전협상이 타결되면 공격을 멈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번 폭발 사건으로 “외교적 해결 희망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AP통신)며 이스라엘의 전쟁 준비 상황을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쟁의 주역이던 육군 98사단을 레바논과의 국경 인근인 이스라엘 북부로 이동 배치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8일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피난을 떠난 6만 명의) 북부 주민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재차 강조한 데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18일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 무게중심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 점을 전면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로 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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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는 “코너 몰려” “강한 대응 압박”
헤즈볼라도 18일 폭발 사건 후 첫 공격으로 이스라엘 포병 진지를 로켓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스라엘측의 피해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CNN은 “수년 동안 헤즈볼라는 고도로 훈련되고 장비가 잘 갖춰진 세계 최고의 비정규군으로 여겨졌고 이란의 지원을 받아 미사일과 다른 무기고를 늘려왔으나 이젠 코너에 몰려있다”며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고사령관 푸아드 슈크르가 숨진 데 대한 보복으로 지난달 이스라엘 본토를 300여 대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으나 이스라엘 측의 큰 피해는 없었고 ▶헤즈볼라의 중추였을 전사 약 2000명 이상이 이번 폭발로 부상당한 데다 ▶호출기와 무전기가 핵심적이었던 통신 네트워크가 거의 오프라인 상태라는 점에서다.
카네기 중동센터 연구 부국장인 모하나드 하게알리는 로이터 통신에 “헤즈볼라는 전면전을 피하고 싶어 한다”면서도 “(폭발 사건의) 규모를 고려하면 더 강력한 대응에 대한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8일 이스라엘 북부 키르야트 슈모나에서 레바논의 로켓 공격 이후 소방관이 불을 끄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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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움직일까…미국, 이란에 비공식 메시지
헤즈볼라 뿐 아니라 이란-하마스-후티(예멘) 등 친이란 ‘저항의 축’이 함께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란은 무선호출기 폭발로 모즈타바 아마니 레바논 주재 이란대사가 실명했다거나 시리아에 주둔하던 이란혁명수비대원 19명이 숨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을 때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또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행위로 형사 재판 대상”(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 “이스라엘의 악랄한 테러 행위를 규탄한다”(아미르 사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최고위급 인사는 아직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사건 전날인 16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했지만 이란은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했으나 폭발 사고로 상황이 달라졌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서방의 경제 재재를 완화시키기 위해 다음 주 유엔 총회 참석 등을 이유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18일 이란 테헤란의 레바논 대사관 앞에 놓인 꽃 옆에서 이란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이날 이란 시민들은 연대의 의미로 레바논 대사관 앞에 꽃을 놓았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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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CNN은 미국이 이란에 비공식 대화 채널을 통해 미국이 이번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고 이란이 긴장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휴전 협상의 불씨를 이어가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18일 휴전 협상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이집트로 향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방문하지 않을 예정이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중재국들이 논의해온 휴전 제안을 이스라엘에 제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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