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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NYT "이스라엘, 헤즈볼라 노려 '삐삐 폭탄' 직접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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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레바논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폭탄 무선호출기(삐삐)'가 제작된 헝가리의 공장은 이스라엘의 유령 회사가 운영하던 곳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년 전부터 유럽에 유령 회사를 차려놓고 기회를 엿보다가 제조 단계에서부터 폭발물과 기폭장치가 삽입된 폭탄 삐삐 수천개를 헤즈볼라에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NYT는 이날 익명의 이스라엘 정보 당국 관계자 3명을 인용해 "대만 기업인 '골드 아폴로'의 수주를 받아 계약을 체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소재 BAC 컨설팅은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운영하는 유령 회사"라고 전했다.

앞서 폭발 사건이 발생한 직후 골드아폴로의 쉬칭광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폭발을 일으킨 삐삐에 대해 “우리 회사 제품이 아니다. 상표만 우리 회사”라고 밝혔었다. NYT는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운영하는 유령 회사가 이 공장 외에도 최소 두 곳이 더 있다고도 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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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에 따르면 BAC는 평상시엔 정상적인 제품을 제조했지만, 헤즈볼라가 주문한 제품은 '폭탄 삐삐'로 만들었다. 폭약을 넣거나 배터리 표면에 고폭발 물질인(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을 바른 제품이었다. 이 폭탄 삐비를 두고 NYT는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이 폭탄 삐삐를 언제 어디서든 누를 수 있는 '버튼'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BAC는 폭탄 삐삐를 2022년 처음 레바논에 배송했다. 당시엔 소량에 머물렀지만, 올해 초 헤즈볼라가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는 대신 삐삐 사용을 시작한 뒤 수천 대 가량이 제작·배송됐다.

헤즈볼라가 조직 차원에서 휴대전화 대신 삐삐를 사용한 데에 이스라엘 측의 선전이 일정 역할을 했다는 추정도 나온다. 수년 전부터 아랍권에선 이스라엘이 휴대전화를 해킹해 원격으로 마이크와 카메라 등을 작동시켜 감시하는 기능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헤즈볼라와 동맹세력은 휴대전화가 안전하지 않다는 통념이 자리잡고 삐삐를 선호하게 됐다. NYT는 다양한 소문 등으로 휴대전화를 불신하는 분위기를 만든 주체가 이스라엘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17~18일 레바논에서 발생한 삐삐·무전기 폭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배후를 둘러싼 각종 추측 속에서 이스라엘군 내 비밀 첩보기관인 8200부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서방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작전에 8200부대가 호출기와 무전기 생산 단계에서 폭약을 장착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기술적 측면에서 개입했다고 전했다. 부대원이 수천 명으로 이스라엘군 내 단일 부대로는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8200부대는 신호 정보 감청은 물론, 암호화, 방첩, 사이버전, 군 정보수집 및 정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미 국가안보국(NSA)과도 연계해 활동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이스라엘이 '삐삐 동시 폭발 공격'을 감행한 시점에 대해 "작전 발각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복수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최근 헤즈볼라 대원이 폭탄 삐삐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고, 관련 작전이 발각될 위기에 처한 이스라엘이 결국 '당장 작전 착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미국 당국자는 "써먹지 않으면 잃게 되는 순간"이라 설명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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