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업체에 정산할 약 500억 모회사에 쓰게 한 혐의
"티몬, 판매대금 정산 어렵다 생각할 여지 없었어"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류화진 위메프 대표(왼쪽)와·류광진 티몬 대표가 19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팀장 부장검사 이준동)는 이날 오전부터 류광진·류화현 대표를 각각 횡령·사기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이 각 회사 대표를 소환한 건 지난 7월 26일 금융감독원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이들은 티메프의 판매업체들에 정산해야 할 대금 약 500억원을 모회사인 큐텐이 해외 쇼핑몰 ‘위시’를 인수하는 데 쓰도록 하고,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이를 판매업체들에 알리지 않은 채 1조4000억원대 사기 영업을 한 혐의를 받는다.
류광진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에게 “(위메프와 달리) 티몬은 정산 지연의 징후가 없었다”면서 “본사 차원의 지원도 없고 해서 뱅크런을 막지 못한 게 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티몬은 판매대금 정산이 어렵다고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면서 “매출을 발생시켜서 대금을 정산하는 건데 갑자기 (뱅크런이) 터졌기 때문에 왜 뱅크런이 터졌는지, 저희가 어떻게 노력했는지 (검찰에)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횡령 혐의와 관련해선 “위시 인수에 자금을 대는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저는 법인 통장, 인감, OTP 카드를 다 본 적이 없고 제가 갖고 있지 않은 법인 도장이 찍혔다”고 말했다. 또 구영배 큐텐 대표가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해 역마진 프로모션을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정확한 퍼센트까진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큐익스프레스 물량을 늘리는 것은 큐텐 그룹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고 큐익스프레스가 나스닥에 상장돼야 큐텐 그룹이 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말씀을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류화현 대표는 취재진 질문에 “조사 끝나고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다.
검찰은 두 대표를 상대로 판매 대금 지급 불능 상태를 언제 인지했는지, 티메프 정산대금을 위시 인수에 쓰도록 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등을 물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법원장 안병욱)는 10일 티메프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법원은 티메프에 오는 10월 10일까지 채권자목록을 제출하도록 요구했으며, 채권신고 기간은 같은 달 24일로 지정했다.
아울러 법원은 조사위원으로는 한영회계법인을 선정했으며, 한영회계법인은 티메프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평가한 뒤 오는 11월 29일 조사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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