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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美운수노조, 대선 지지선언 않기로… “해리스에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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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 창립 팀스터스, 약 130만 조합원

1996년 이후 민주당 지지한 ‘텃밭’… 해리스 구애 무위

조선일보

팀스터스 조합원들이 지난 2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노동절 기념 행진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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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30만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노조 팀스터스(IBT·국제운전사형제단)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둘 중 누구도 지지하지 않기로 18일 결정했다. 1903년 창립돼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노조에서 해리스냐 트럼프냐를 놓고 내부 분열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팀스터스는 1996년 이후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텃밭’인데, 지지 선언에 공을 들여온 해리스에 적잖은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오후 팀스터스 집행위원회가 워싱턴DC의 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션 오브라이언 회장은 성명에서 “안타깝게도 두 후보 모두 노동자 이익을 항상 대기업보다 우선시하겠다는 진지한 약속을 우리 노조에 할 수 없었다”며 “중요한 노조 캠페인이나 팀스터스의 핵심 산업에 간섭하지 않고 회원들의 파업권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리스와 트럼프 모두에 요구했지만 이런 약속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결정은 지난 16일 해리스가 팀스터스 집행부와 비공개로 만난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WP는 “팀스터스가 격전지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선거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수년간 노조의 지지를 받아온 민주당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팀스터스는 이미 해리스 지지를 선언한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비교해도 조합원 숫자가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자 투표에선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응답(59.6%)이 해리스를 지지한다는 응답(34%)을 크게 뛰어넘었다고 한다. 이달 9~15일 별도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58%)가 해리스(31%)를 앞섰다. 오브라이언 회장은 지난 7월 노동계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사로 무대에 올라 민주당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 등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에선 백인 노동자 표심이 중요하다. 민주당의 정치 전략가 출신인 스티브 로젠탈은 WP에 “이번 선거는 ‘블루 월(blue wall·민주당 철벽)’ 소수의 표로 결정될 것이고 팀스터스는 각 주에 상당한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노조의 ‘비(非)지지 선언’이 박빙의 승부 속 영향력이 클 수도 있다고 봤다. 일부 지역 지부에서는 이번 결정에 항의하며 해리스 지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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