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삐삐’ 동시폭발 테러]
폭탄 심은 휴대전화 원격 폭파
위성 이용 무인 기관총 사살도
이번처럼 휴대용 통신기기를 활용한 이스라엘의 표적 암살은 1996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술자’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하마스 최고의 폭탄 제조자로 꼽혔던 야히아 아야시는 통화를 하던 중 휴대전화가 폭발하며 즉사했다. 이스라엘에 포섭된 팔레스타인인이 아야시에게 폭발물이 장착된 모토로라 휴대전화를 건넸고, 이 전화기가 무선 신호를 받아 터진 것.
하마스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창설자이며 한때 차기 지도자로 여겨졌던 모하메드 데이프는 이 사건을 계기로 암살을 피하기 위해 20년 가까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프는 결국 7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남부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암살 역사를 다룬 책 ‘라이즈 앤드 킬 퍼스트’에 따르면 정보기관의 해커들이 개인 휴대전화에 악성 코드를 심어 과열로 인한 폭발을 일으킨 사례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1972년에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간부 마흐무드 함샤리를 암살하기 위해 자택 유선 전화기에 폭탄을 설치하기도 했다. 당시 ‘뮌헨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이 팔레스타인 테러조직 ‘검은 9월단’에 살해당하자 복수에 나선 것. 함샤리는 전화를 받으려다 폭탄이 터지며 중상을 입었고 한 달 만에 사망했다.
이 외에도 이스라엘의 국내·해외 정보기관인 신베트와 모사드는 이란과 무장단체 주요 관계자들을 적극적으로 암살해 왔다. 2020년에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을 이끌던 과학자 모센 파흐리자데가 테헤란 외곽에서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다 무인 기관총에 숨졌다. 이란 당국은 현장에서 발견된 트럭에 설치된 기관총이 위성통신으로 원격 발사됐다고 밝혔다. 모사드는 그를 암살하려고 1993년부터 27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과거 이스라엘은 정보원들을 동원해 무장단체 지도자들의 모든 동선을 면밀히 파악해 정확한 시점에 암살을 수행했다”라며 개인 차량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추적기를 부착한 뒤 드론으로 공격하는 방법도 주요 수단으로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7월에는 헤즈볼라 최고 사령관인 푸아드 슈크르가 베이루트에서 공습으로, 2008년엔 헤즈볼라의 군사 지도자 이마드 무그니예가 다마스쿠스에서 자동차 폭탄 폭발로 숨졌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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