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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고려아연, 특수관계자서 영풍 제외… 주식 매수 경쟁 나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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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손잡은 영풍 주식 공개매수에

고려아연도 채비… 6.05% 확보해야

우호세력 업고 장외 여론전도 치열

MBK “현대차 등 崔 우호지분 아냐”

동아일보

75년간 동업해 온 영풍그룹(장씨)과 고려아연(최씨)이 사실상 결별한 가운데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두 집안의 수 싸움이 치열해졌다. 13일 장씨 집안이 국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자 최 씨 집안에서는 우군 확보에 나서면서 동시에 별도 주식 매수 준비에 나섰다.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18일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19일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공시할 예정이다. 최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자가 지닌 주식 수량을 알리는 공시다. 이때 영풍그룹을 운영하는 장씨 집안 측이 보유한 수량은 제외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동업 관계에 있는 장씨 집안을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인 ‘특수관계자’로 정의했지만 앞으로는 아니라는 얘기다. 장씨 집안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 원에 사들이겠다고 선언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씨 집안이 주식 매수 경쟁에 나서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140조에서는 공개매수가 이뤄지고 있을 때는 특수관계자가 별로도 주식을 매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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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경우에도 최 회장이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현재 최씨 집안 측이 확보한 고려아연 주식은 34.0%이고, 장씨 집안은 33.1%로 박빙인 상황이다. 최씨 집안 측은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하고 주식 6.05%를 추가로 획득해야 장씨 집안과 MBK파트너스의 공세를 막을 수 있다. 현재 주가(주당 66만6000원) 기준으로 약 8000억 원이 있어야 한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마련하거나 우군이 될 ‘백기사’(우호 세력)를 데려와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추석 연휴에도 회사에 나와 임원들과 회의를 열거나 외부 인사들을 만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가 있는 울산의 김두겸 시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를 비난하며 지역 상공계와 함께 ‘120만 시민 주식 사주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시의회도 17일 “적대적 인수합병에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의 자금 운용에 있어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MBK 방지법’(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다음 달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 따져 보겠다고 선언했다.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운영진도 현재 고려아연 경영진을 지지하는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이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해 고려아연 지분을 넘겼다”며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장씨 집안과 손을 잡은 MBK파트너스는 입장문을 발표해 “(알려진 것과 달리) 현대차, 한화, LG 등 기업들이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이 아니다”라며 “우호 지분이라면 최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등 공동행위 주요 주주로 공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MBK파트너스는) 중국계 자본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해외 기술 유출 등의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연·납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은 알짜 회사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 9조7045억 원, 영업이익 6599억 원을 기록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영풍그룹 전체 매출의 7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 이차전지·그린수소 등 신사업과 제련 사업에 10년 동안 17조 원을 투자해 2033년에 매출 25조3000억 원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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