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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사설] ‘김건희’에서 멈춘 대통령 관저 감사, 김 여사 눈치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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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김건희 여사. 한겨레 자료사진


감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대통령 관저 이전 불법 의혹’ 감사 결과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만 더욱 키웠다.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인테리어 업체가 주도한 관저 공사가 불법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누가 이 업체를 선정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른바 ‘천공 개입설’이 제기된, 관저 이전 대상지를 누가 결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조사도 하지 않았다. 국민이 직접 청구한 감사를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하다니 감사원은 국민보다 김 여사 눈치가 더 보이는가.



시민 723명과 참여연대가 2022년 10월 청구한 국민감사는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에 김 여사가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을 밝히라는 것이었다. 대통령 부인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업체에 일감을 주려고 공사 업체 선정에 개입했다면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감사 대상을 결정하는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는 참여연대가 청구한 ‘관저 이전 공사 계약 체결에 있어서 부패 행위 여부’, ‘공사 수주 업체가 시공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혹’을 감사하라고 결정했다. 이런 의혹을 확인하려면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을 누가 공사 업체로 선정(또는 추천)했는지 밝혀야 한다. 하지만 감사원은 대통령실 이전 실무를 맡은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의 ‘누가 추천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듣고 말았다. 그래 놓고 감사보고서엔 “청구인이 주장하는 문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를 감사 결과라고 버젓이 발표하는 감사원은 국민이 우습게 보이나.



대통령 관저 이전이 불법으로 얼룩진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용산 이전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탓이 크다. 이 과정에 윤 대통령 부부와 인연이 있는 무속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천공과 외모가 비슷한 무속인이 육군참모총장 공관 등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런 의혹에 대해서는 아예 조사조차 안 했다.



이번 감사는 현 정권에서 감사원 ‘돌격대장’으로 통하는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이 지휘했다. 그는 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표적 감사’로 감사원을 정치적 편향 시비에 휘말리게 했다. 그는 지난해 4월 감사 담당 과장에게 감사 대상 축소와 중단을 종용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실제로 담당 과장은 사표를 냈고, 유 사무총장의 측근이 후임으로 임명됐다고 한다. 그 결과가 이번 ‘맹탕’ 감사다. 이번 감사에 관련된 인사들이 오히려 직무유기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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