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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마트서 '쾅', 8살 아이도 죽었다…이스라엘 초강수 '삐삐 공격'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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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 발생한 무선 호출기(삐삐) 동시 폭발로 인해 수천 명이 숨지거나 다친 가운데 희생자 중에는 어린이 등 민간인도 포함됐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을 노린 이번 공격의 배후로는 이스라엘이 지목됐는데, 요인이나 주요 시설 등 제한된 표적을 목표로 삼았던 기존의 공격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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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의 또다른 슈퍼마켓에서 삐삐 폭발이 일어 직원들이 대피하는 모습. 사진 CN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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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삐삐 폭발은 오후 3시 30분을 기해 일제히 시작됐다. 헤즈볼라 대원들이 받은 삐삐가 원격 조종을 통해 폭발하는 방식이었다. 타깃은 일정 부분 특정됐을 수 있지만, 장소를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공격이었다. 주변에 있던 민간인 피해는 충분히 예견됐다는 뜻이다.

실제 폭발 당시 화면을 보면 슈퍼마켓 매대 등이었고, 폭발 직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해 도망치는 모습도 담겼다. 알자지라는 레바논 보건부를 인용해 사망자 중에는 8세 여자 어린이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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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아메리칸대학교 베이루트 메디컬 센터(AUBMC) 밖에서 사상자들이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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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는 당장 이스라엘이 공격 배후라고 주장했다. 이를 민간인을 노린 테러 행위로 규정하며 “응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하지만 미 CNN 방송은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와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공동작전이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레바논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모사드가 생산 단계에서 호출기를 변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을 감행한 게 맞는다면, 이는 국제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어 보인다. 국제인도법으로 불리는 전쟁법은 군사적 표적과 민간인을 구별해야 한다는 ‘구분의 원칙’을 명시한다. 얻을 수 있는 군사적 이익보다 과도한 공격으로 민간인의 우발적 사상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비례성의 원칙’도 규정하고 있다.

헤즈볼라의 지도자나 주요 군사 시설 등 고가치 표적 여부를 가리지 않고 헤즈볼라 대원들이 소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삐삐를 동시 폭발시킨 건 이런 전쟁법의 원칙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제닌 헤니스-플라샤르트 유엔 레바논 특별조정관은 사건 직후 성명을 내고 “긴장 고조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국제법에 따라 민간인은 어떤 경우에도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을 상기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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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AUBMC 앞.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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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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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배후가 맞는다면, 이런 위험성을 감수한 데는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하마스는 물론 후티 반군 등 친이란 세력과 동시다발적 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실질적 피해를 야기해 공격력을 약화하는 한편 언제라도 공격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으로 헤즈볼라의 추후 공격을 막으려는 시도로 읽힌다”고 전했다. CNN 수석 법 정보 분석가 존 밀러는 “언제 어디서든 버튼 하나로 헤즈볼라에 침투할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안보 내각 운용을 통해 국내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공격에 맥없이 당한 안보 실책을 만회하며 확전을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휴전협상을 고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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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네타냐후는 16일 밤 안보 내각 회의를 열고 전쟁 목표를 갱신했다. “레바논 국경 근처 주민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공식 전쟁 목표에 추가했다”면서다. 하마스 섬멸에 더해 헤즈볼라의 활동 지역인 레바논 접경지까지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으로 목표가 확대된 것이다.

미국은 이번 공격과의 관련성을 공식적으로 전면 부인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네타냐후에게 헤즈볼라와 더 광범위한 전쟁을 벌이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 3명을 인용, 바이든 대통령의 특사인 아모스 호크스틴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 16일 네타냐후에게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은 장기적 역내 갈등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네타냐후는 레바논 국경 안보 상황의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군사적 행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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