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0 (금)

서서히 옛말이 되어갈 명절 증후군 [유레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때 ‘명절 증후군’은 설이나 추석 무렵 신문이나 방송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가장 대표적인 게 ‘며느리 증후군’이다. 명절 때 시댁에서 며느리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다양한 사례가 기사로 소개됐다.



이를 엿볼 수 있는 통계도 있다. 추석이나 설 명절이 지난 후 이혼이 급증한다는 통계청 자료(2017년)다. 2012~2015년 추석 명절을 낀 9월 평균 이혼 건수는 9300건이었는데, 10월 평균은 1만94건으로 790여건 증가했다. 또 2016년 설 명절이 낀 2월의 이혼 건수는 8100건이었는데, 다음달 이혼 건수는 9000건으로 늘었다. 2015년에도 2월 7779건에서 3월 9219건으로 18.5% 증가했다. 이 통계에 명절 때 생긴 며느리 증후군이 부부 갈등으로 비화해 이혼에 이른다는 해설이 붙었다. 이 무렵 ‘명절 때 이유 없이 시댁 방문을 거부하면 이혼 사유’라는 법원 판결 기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추석 이혼’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기점으로 감소세를 보인다.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10월 이혼 건수는 9300건(8.8%)이었지만, 2021년 7700건(7.6%), 2022년 7500건(8%)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명절 가족 모임이 크게 줄자, 고부 갈등이나 부부 갈등도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해석됐다.



명절은 며느리들만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다. 며느리 증후군 유발자로 지목된 시어머니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명절에 고부 갈등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며느리 눈치’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또 수험생과 취업준비생, 미혼 자녀 등도 귀향이나 친척 모임을 피한다.



명절을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다면 명절 증후군은 사라질 것이다. 교육업체 에듀윌이 이번 추석을 앞두고 설문조사를 해보니 차례를 안 지낸다는 답이 응답자의 60%에 이르렀다고 한다. 또 에스케이텔레콤이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명절 때 고향 방문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합리적’이라는 대답이 55%가 넘었다고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1일 평균 20만1000명, 총 120만4000명이 공항을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추석 연휴 기준으로 2017년 1일 평균 18만7000명을 뛰어넘는 신기록이라고 한다. 명절 증후군이 옛말이 되는 때가 오긴 올 것 같다.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