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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추석 내내 진땀 뺀 지방공항...국내선 첫 무료 주차에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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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면 도로·공터까지 불법 주차
지자체에 단속 유예 요청해 시비는 막아
주민 “내년 설날 최악 주차 대란” 우려


매일경제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14일 서울시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주차장이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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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에 따라 이번 추석 연휴에 처음으로 국내선 주차장을 무료 개방한 지방공항이 진땀을 뺐다.

아직 주차대란으로 인한 비행기 미탑승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작년 추석 대비 자가용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여객도, 공항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지방공항은 추가로 확보한 주차면 수까지 만차가 되자 주차장 내 이중 주차, 구내 도로 주차를 허용하고 지자체 등에 불법 주차 단속 유예를 요청하는 등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넘겼다.

18일 전국 지방공항 등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에 약 112만명이 국내선 공항을 이용했다. 특히 정부가 추석 민생 대책의 하나로 전국 14개 지방 공항의 국내선 주차장을 14~18일 무료로 개방하기로 하면서 전국 주요 공항은 주차대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추석 연휴 첫날 대부분의 공항 주차장이 만차가 되면서 15~16일 공항을 찾은 여객들의 불편이 컸다.

청주공항은 주차 대란에 대비해 임시 주차장 1800면 등 6657면을 확보했지만 공항에서 약 1.2km 떨어진 임시 주차장도 금세 찼다. 공항 주차빌딩 출입구 차단기가 열릴 때까지 20분 넘게 대기하는 차량, 빈자리를 찾겠다며 주차장을 뺑뺑 도는 차량이 적지 않았다.

뺑뺑이 끝에 2주차장에 차를 세운 한 여객은 “비행기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임시 주차장에 차를 댄 또 다른 여객은 “공항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주차장까지 이용해 보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청주공항 주차 대행 서비스 관계자는 “이용객이 평소 대비 1.5~2배 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지방공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차난에 대비해 직원 주차장 등을 개방한 김해공항은 아르바이트생 등 하루 평균 48명의 인력을 투입해 대기시간이 길어질 조짐이 나타나면 주차장 내 차량 교행이 가능한 공간 한쪽에 이중 주차를 허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여객 불안을 줄였다.

이번 추석 연휴에 약 4만명의 국내선 여객이 이용한 대구공항 역시 연휴 초반 주차장이 만차되면서 공군 면회 주차장, 외부 공영주차장 등으로 차량을 유도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m 대기 줄은 다반사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주공항, 대구공항, 김포공항 등에서는 공항 안팎 이면 도로, 공터 등에 차를 주차하고 떠나는 여객이 적지 않았다. 그나마 공항 측이 관할 지자체 등에 불법 주정차 단속 유예를 요청해 불법 주정차 단속에 따른 또 다른 시비는 막을 수 있었다.

정부의 첫 국내선 주차장 무료 개방 결정으로 주차 대란은 이전보다 가중됐지만 비행기 미탑승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국 14개 지방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아직 주차 문제로 인한 미탑승 여객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주차 대란으로 인한 여객 피해를 우려한 항공사들의 사전 안내 문자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과 에어부산 등 항공사들은 국내선 예약 여객에게 주차 문제로 탑승 지연, 탑승 불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될 수 있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 문자를 여러 차례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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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 대중교통 이용 안내 문자. <독자제공>


국내선 주차장 무료 개방으로 홍역을 치른 여객들은 “이 같은 정부의 탁상행정은 없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에 사는 김모씨(53)는 “국민들은 명절 때가 되면 으레 고속도로 통행료가 무료라고 인식하는데, 공항 주차장도 무료라는 인식이 확산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겠느냐”면서 “내년 설날 때도 정부가 무료 주차를 허용한다면 진짜 최악의 주차 대란이 올 수 있다. 정부는 이번 문제를 반면교사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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