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방 대응 한계 지적한 것’ 풀이
“먼저 휴전부터 한 뒤 평화 협상 나서야”
옛 소련의 일부였던 카자흐스탄은 1991년 소련 해체와 더불어 독립했으나 정치적·경제적으로 여전히 러시아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전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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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숄츠 총리가 회담 도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화제로 올리자 토카예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무적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등 서방이 아무리 우크라이나를 도와도 러시아를 상대로 군사적 승리를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힌 셈이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전쟁이 지금보다 확대되면 분쟁에 직접 관여한 국가들은 물론 인류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 브라질 등 여러 나라가 나름의 평화 구상을 밝힌 점을 언급하며 “먼저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다음 영토 문제를 논의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일단 휴전부터 하고 대화 창구를 열어 영토 등 문제를 협상하자’는 것인데 이는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내용이다. 러시아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영토의 상당한 부분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휴전이 이뤄지면 그동안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가 잃은 영토는 이후 평화 협상에서 고스란히 러시아 땅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내에 형성된 전선에서 벗어나 러시아 본토로 진격해 쿠르스크 지역 일대를 점령한 것은 추후 평화 협상 때 상호 점령지 교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 작업이란 평가가 많다.
16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오른쪽)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안내로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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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일각에선 ‘카자흐스탄이 옛 소련 시대를 거치며 인연을 맺은 러시아 편을 드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후 자국 내 러시아 선전 매체의 활동을 규제하는 등 러시아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2022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의해 점령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편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오늘날 카자흐스탄은 경제 발전을 위해 서방과의 접촉을 늘리는 한편 러시아와의 관계에도 여전히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중국과의 협력 또한 중시하는 모습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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