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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병간호 부담" 치매 아내 살해한 80대…2심도 징역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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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치매 진단…상태 더욱 악화

1심,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 범죄

…'홀로 돌봄' 한계 도달한 점 참작"

아주경제

법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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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70대 아내를 4년간 홀로 병간호하다 살해한 80대 A씨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문주형 김민상 강영재 고법판사)는 A씨의 살인 혐의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가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검사가 당심에서 주장하는 양형요소는 원심 변론 과정에서 이미 현출됐거나 그 형을 정하는 데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여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의 변화가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경기 수원시의 거주지에서 70대 아내 B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B씨에게 독성 있는 약을 먹여 살해하려고 했으나, 아내가 약을 먹고도 별다른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자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2020년 하반기부터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이후 2022년 3월 상태가 악화했다. A씨는 아내의 상태가 더욱 악화하고 자녀들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자 심리적‧육체적 부담이 심해져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수사 기관에 "아내와 함께 약을 먹고 생을 마감하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B씨 부검 결과가 '사인 불상'으로 밝혀진 점을 고려해 처음에는 A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 했다.

그러나 기소 후 법의학 전문가에게 피해자 사인 재감정을 의뢰한 결과, B씨 몸에 독약 성분이 남아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B씨가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A씨는 결국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A씨의 죄명을 살인미수에서 살인으로 바꿨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과 60여 년을 함께한 배우자를 살해한 것으로 살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로써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면서도 “다만, 그동안 아내를 성실히 부양해 온 점, 고령으로 심신이 쇠약한 피고인이 아내를 돌보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가족을 병간호하던 보호자가 지쳐 결국 환자 살해를 선택하는 이른바 '간병 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치매인 80대 부친을 돌보던 50대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구 남구에서 1급 뇌 병변 장애가 있는 30대 아들을 평생 돌봐온 60대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주경제=안수교 기자 hongsalam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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