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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아직 청소노동자 식대 2만 원을 올려주지 않는 대학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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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민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학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14개 대학의 청소·경비·시설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매해 학교 측과 임금 등 노동조건을 두고 집단교섭을 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인덕대, 성공회대 등에서 노동자들과 함께하려는 학생들이 '2024 노학연대 기획단'을 꾸렸습니다. 오늘날의 '노학연대'는 어떤 모습일지 학생들의 글을 통해 전합니다. 편집자

'2024 노학연대기획단(이하 기획단)'은 각 대학에서 개별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던 학생조직 혹은 개인이 노학연대와 관련한 고민을 나누고 역량을 모으고자 만든 단체다. 인덕대, 중앙대, 성공회대, 고려대, 홍익대 등에 다니는 학생들이 있다. 내가 속한 서강대 인권실천소모임 노고지리도 기획단에 함께하고 있다. 올해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대학 사업장 집단교섭 참여하던 일부 대학의 교섭이 타결에 이르면서 기획단 활동은 마무리되 가는 중이다.

처음 기획단 회의에 참석했을 때는 다른 학교에서 연대 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비정규노동자에게 연대하는 대학생 모임의 상황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가끔 그런 학생들이 다 같이 모여 조직 운영과 운동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연대할 사안은 늘 많고, 연대 활동을 할 시간과 의지가 있는 학생들은 많지 않아서 한 명의 학생활동가가 여러 활동을 동시에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여러 대학의 학생조직이 대학 비정규직 집단교섭 투쟁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는 것은 고무적이었다.

학생들이 노동조합과 함께 한 이유

올해 2월, 대학 사업장 집단교섭이 결렬됐다. 대학 사업장 집단교섭은 14개 대학의 청소·주차관리·보안 등 학교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과 17개 용역업체가 한자리에 만나 하는 임금교섭이다. 노동조합의 요구안은 △시급 540원 인상, △정부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의 식대, △상여금 인상이었다. 용역업체들은 원청인 대학의 비협조를 이유로 △시급 50원 인상, △식대·상여금 동결이라는 터무니없는 안을 냈다.

기획단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시급 50원 인상안, 진짜 사장 대학의 책임회피다! 청년 학생도 분노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각 대학의 게시판에 붙이기로 했다. 나는 이때 대자보를 붙이고 있는 서강대 노동자들과 처음 인사했다. 기숙사 앞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이던 중 빨간 몸자보(입는 대자보)를 입고 있는 노동자 한 분을 보고 ‘어! 저 노학연대기획단 하고 있어요! 지금 대자보 붙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반가운 인사가 돌아왔고, 서강대 노조 분회장님과도 인사했다. 아마 노동자와 연대하는 학생들이 서강대에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아셨을 것 같다. 서강대에서 사라졌던 노학연대의 불꽃에 다시 조그마한 불이 붙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기획단 학생들은 각자가 다니는 학교에서 일상적인 선전전을 진행하고, 집단교섭 투쟁상황을 알릴 수 있도록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간담회·토론회를 열었다. 집단교섭에 참여하는 각 대학 분회 공동 단교섭 투쟁선포 기자회견·결의대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교섭이 진행돼 노동조합과 용역업체들이 임금 270원 인상에 합의했다. 다만 식대를 12만 원에서 14만 원으로 인상하는 데에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시 식대 2만 원 인상을 위한 투쟁에 나섰다.

서강대에서는 매주 화요일, 목요일 점심시간마다 선전전이 있었다. 나는 학기 내내 거의 매번 참여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성실하게 출석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노동자들과 얼굴을 트고 대화를 나누며 ‘동지’가 되니 빠질 수 없었다.

노동조합이 투쟁을 결의해도 일부 조합원들은 하기 싫어할 수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투쟁에 매주 점심시간의 일부를 할애하는 것이 귀찮고 성가시지 않겠는가. 그런 노동자들에게 학생들의 지지와 연대가 힘이 된다고 느꼈다. 선전전에 온 학생을 보면 얼마나 반겨주셨는지 모른다. 나는 고학번이라 학교에서 예쁨 받을 일이 잘 없었는데 선전전 때는 내가 유치원생인 것마냥 귀여워해 주셔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벚꽃이 피기 전에 시작한 투쟁은 벚꽃이 지고 나서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합원들도 많이 지쳐 보였다. 조합원들에게 힘을 드리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선전전 중 마이크를 잡았다. 투쟁에 응답하지 않는 용역업체와 책임을 회피하는 학교를 비판하는 내용 대신 투쟁이 나에게 갖는 의미를 진실하게 전달하려 했다. ‘연대하는 학생들이 있으니 지치지 말고 나아가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평소에는 연대발언을 하기 전에 미리 써두고 했는데, 아무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도 발언이 술술 나왔다.

‘투쟁은 삶을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사는 방법이고, 잘못된 일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지금 이 투쟁을 함께해서 졸업한 후에도 부정의한 일에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경험한 가장 좋은 교육은 수업이 아닌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에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전전 발언 요약)

다행히 발언을 하고나니 호응이 있었다. ‘학생이 팔뚝질을 열심히 해서 나도 팔 아프다고 안 할 수가 없었다’라는 말도 들렸다. 우리가 정말 마음을 나누고 있고 뜻을 모아 함께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선전전 초반에 ‘나 하나 참여한다고 투쟁 결과가 달라질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학생 한 명이 선전전에 온다고 용역업체나 학교가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연대하는 학생이 단 한 명만 있어도 투쟁할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연대해야 하는 이유다. 정치적 효능감은 싸움이 승리하는 것에서 오기도 하지만 싸움을 지속하는 것에서도 온다. 나는 지난 학기 내내 책임감과 그보다 더 큰 동지에 대한 애정으로 즐겁게 선전전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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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 학생과 청소노동자들이 함께 선전전을 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2024 노학연대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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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양갱 간식선전전에서 청소노동자 한마당까지

각 학교가 중간고사 기간에 들어갔을 때는 밤양갱을 나눠주는 간식 선전전을 했다. 학생회 간식 배부 사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비슷한 일을 해볼까 고민하다 기획단 회의에서 당시 유행했던 노래 ‘밤양갱’의 가사를 바꿔 ‘달디달고 달디단 밥 한 끼’를 구호로 쓰자는 창의적인 제안이 나왔다. 이 제안이 중간고사 간식 선전전으로 이어졌다. 밤양갱에 ‘시험 잘 보세요’라는 문구와 식대 인상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서강대에서는 밤양갱이 순식간에 다 나갈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인덕대, 이화여대를 비롯한 많은 학교의 학내 커뮤니티에서 간식 선전전이 화제가 됐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5월 진행한 ‘2024 청소노동자 한마당’에서는 ‘최저임금 젠가’ 부스를 열었다.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재미있게 전달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한 동지가 젠가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대형 젠가에 ‘짜장면 7000원’, ‘월세 50만 원’ 등 높은 물가가 반영된 가격을 써 붙였다. 젠가를 하나씩 빼다 보면 와르르 무너진다. ‘고물가로 삶이 무너진다.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지난 2년 물가가 크게 오른 데 반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그에 못 미쳐 노동자들의 삶이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특히 최저임금 혹은 그보다 조금 높은 임금을 받는 청소노동자의 삶과 직결돼 있다.

‘청소노동자 한마당’은 정말 재미있었다. 행사가 각 대학 분회들이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는 무대 중심으로 진행돼 아쉽게도 참여자들이 부스에 들를 틈이 잘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부스를 찾아주신 분들은 즐겁게 젠가를 했다. 공연은 신나는 트로트에 율동을 더한 것이 많았다. 너무 신이 났다. 투쟁을 이렇게 재밌게 할 수도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엄숙하게 투쟁가 틀어놓고 팔 흔드는 것보다 트로트를 틀고 몸을 흔들면서 하는 선전전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투쟁할 때 트는 신나는 트로트 플레이리스트’를 얻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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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공공운수노조가 연 '청소노동자 한마당'에서 학생들이 설치한 '최저임금 젠가' ⓒ2024 노학연대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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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청소노동자 식대 2만 원을 올려주지 않는 대학들이 있다

이제 기획단 정기회의는 하지 않기로 했다. 카이스트, 동덕여대, 이화여대, 홍익대, 고려대, 성신여대 운정캠퍼스 등 일부 사업장에서 교섭이 타결되면서다. 그러나 여전히 식대 2만 원 인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업장이 많이 남았다. 인덕대, 서강대, 연세대, 덕성여대 등에서는 여전히 학교에 빠른 해결을 요구하기 위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달 식대 12만 원은 한 끼로 따지면 2700원이다. 식대가 14만 원으로 오른다 해도 한 끼에 3100원이다. 이 역시 고물가 시대에 한 끼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한데, 어떻게 이 정도도 주지 않으려 하는 걸까.

사실 가장 큰 책임은 하청인 용역업체보다 원청인 대학에 있다. 대학에서 용역업체에 일정한 돈을 지불하면 용역업체는 그에 맞춰 사람을 고용하고 필요한 물품을 산다. 원청인 학교가 애초에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임금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돈을 지불한다면 지금 같은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은 용역업체끼리 입찰경쟁을 시켜 가장 저렴한 비용을 제시하는 업체를 선정한다. 용역업체도 인건비 등 모든 곳에 최소한의 돈만 쓰게 된다.

대학과 용역계약을 맺은 업체가 또 용역계약을 주는 경우도 있다. 원청에서 하청으로, 하청의 하청으로 내려가다 보면 그 끝에 노동자가 있다. 노동자의 삶은 아주 당연하게도 대학이 고려할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린다. 대학 총장과 용역업체 사장의 삶, 대학 정직원과 용역업체 관리소장의 삶,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 모든 사람이 존엄하다지만, 자본의 논리로 보면, 이들의 존엄 사이에 명확한 우선순위가 보이지 않나.

그렇다면 나의 삶은,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삶은 저 우선순위 중 어디 쯤에 있을까. 삶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짚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이상하게 느껴진다. 삶을 줄 세울 수 없는 세상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존엄한 세상이고, 모든 사람이 존엄한 세상은 우리 모두에게 좋다. 원청이든 하청이든 하청의 하청이든.

여전히 작은 돈이지만 식대 2만 원 인상. 이것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 집단교섭 미타결 사업장은 식대 2만 원을 인상하라!

[여경민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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