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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추방에 섬 폐쇄까지" 과잉관광에 몸살 앓는 동남아 휴양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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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2년간 호텔·클럽 신규 건립 중단

관광세도 5배 인상, 보홀은 해변 폐쇄

이데일리

발리의 바닷가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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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지상낙원’으로 불리던 동남아 휴양지에 경고등이 켜졌다. 수용 능력을 뛰어넘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환경파괴, 거주민의 삶의 질 저하 등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이 현실로 닥치면서다. 급기야 정부가 나서 환경 복원 등 관광지를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까지 내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지난 9일 섬 일부 지역의 호텔, 빌라, 클럽 건설을 최소 2년에서 10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 이후 급증한 관광객으로 인해 발생한 오버투어리즘과 일부 여행객들의 무례한 행동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개발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올 상반기 발리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90만 명. 전체 인도네시아 관광객의 65%를 차지하는 큰 비중이다. 발리는 코로나 이후 방문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하루 발생하는 약 3800톤 쓰레기 이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1520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채 해변에 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게 1.5톤 일반 승용차 1013대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최근엔 장기간 머무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불법 숙소와 취업 등 관광 활성화로 인한 효과를 반감시키는 사회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발리 주 정부가 최근 외국인 관광객에게 부과하는 관광세를 10달러(1만 3334원)에서 50달러(6만 6670원)로 5배 인상하는 파격 안을 꺼내든 이유다.

외국인 관광객이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도 심각하다. 여행객의 과도한 노출, 위험천만한 오토바이 운전, 불법 노동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인플루언서가 발리 사원에서 알몸으로 명상하는 영상을 올려 추방되기도 했다. 루후트 빈사르 판자이탄 해양부 조정 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외국인 관광객은 발리에서 추방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오버투어리즘에 아예 빗장을 걸어 잠그는 곳들도 있다. 스노클링 명소로 알려진 보홀 팡라오 섬의 에스타카 지역도 관광객이 산호에 이름을 새기는 등 바다 경관 훼손이 심각해지자 이달 2일부터 무기한 폐쇄됐다. 태국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화 ‘비치’로 유명한 피피레 섬의 마야 베이가 자연 훼손을 이유로 이달 8월부터 9월까지 폐쇄됐다.

동남아 현지에선 관광객 수만 늘리는 양적 성장 중심에서 질적 성장으로 관광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와얀 코스터 발리 주지사는 “이젠 관광의 질적 성장을 촉진해야 할 때”라며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보다는 관광객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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