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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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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란고원에 건설될 풍력발전기, 그 뒤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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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음향 조사관' 로렌스 아부 함단, 바라캇 컨템포러리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이스라엘은 점령지인 시리아 골란고원, 아랍어로 자울란 고원으로 부르는 지역에 250m 높이의 대형 육상 풍력 발전기(터빈) 31기가 들어서는 풍력 발전 단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유럽 규정에 따르면 이런 크기의 터빈은 주거 지역에서 최소 2km 떨어져야 하지만 이스라엘이 터빈을 세우려는 곳은 주민들의 집에서 불과 35m 떨어진 곳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이곳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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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 작업 '지프자파-비디오 게임 에세이' 스틸 이미지[바라캇컨템포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요르단 태생으로 레바논에서 활동하는 작가 로렌스 아부 함단은 '이어샷'이라는 단체와 함께 터빈 건설 계획에 이의를 제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자칭 '독립 음향 조사관'(Private Ear)인 아부 함단은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프랑스, 영국 등에서 음향을 조사해 작품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인권 문제 등에서 구체적인 법적 증거로 사용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아부 함단과 이어샷은 자울란에 들어설 터빈과 같은 크기의 터빈이 있는 독일 게일도르프에서 소음을 측정했다. 동시에 자울란 지역의 소리도 채집했다. 꿀벌, 천둥, 색소폰, 결혼식, 피리를 부는 목동 등의 소리다. 이들은 자울란 지역의 가상 지도를 개발하고 그 위에 터빈의 소음과 자울란의 소리를 매핑했다.

서울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아부 함단의 개인전 '지프자파'에서는 이렇게 개발된 가상 지도를 이용한 비디오 게임으로 터빈이 건설된 뒤 자울란 지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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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 작업 '지프자파-비디오 게임 에세이' 전시 모습[바라캇컨템포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하 전시장에서 관람객은 플레이어가 된다. 조이스틱을 이용해 대형 스크린에 펼쳐진 가상 지도 위 자울란 마을의 집인 쿠크 사이를 이동하며 이런저런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버튼을 눌러 터빈을 켜는 순간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굉음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버튼을 눌러 터빈을 끄면 다시 전시장은 고요해진다.

관람객은 언제든지 버튼을 눌러 터빈을 끌 수 있지만 자울란 마을 사람들은 그럴 수 없다. 터빈 반경 400m 내 주민들은 트럭이 머리 위를 지나가는 듯한 소리를 끝도 없이 듣고 살아가야 한다.

1층 전시장에도 역시 터빈의 소음 문제를 지적한 작품이 놓였다. '풍차에 맞서기'는 컴퓨터 생성 이미지를 활용해 골란고원에서 풍력 터빈의 소음이 어떻게 확산하는지를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풍력 단지가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골란고원의 5% 땅 중 4분의 1이 터빈 소음으로 뒤덮이게 될 것이란 점을 가시화한다. 전시장 벽은 250m 높이의 풍력 터빈 소리를 시각화한 벽지 작품 '연무'로 채워졌다.

전시 제목 '지프자파'(Zifzafa)는 모든 것을 흔들고 덜컹거리게 만드는 바람을 묘사하는 아랍어다. 전시는 11월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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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에 맞서기' 전시 모습[바라캇컨템포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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