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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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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의식불명, 또 사망…‘응급실 뺑뺑이’ 돌다 골든타임 놓친 사람들 [수민이가 화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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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대란으로 살릴 수 있는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응급실 의료진이 부족해져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주요 병원의 응급실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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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장기화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응급의료 공백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1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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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7시 34분쯤 경기 파주시 금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4개월 된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1분 만에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아이는 청색증을 보이며 사후 강직 상태였다. 신고 직후 소방 당국은 보건복지부 광역상황실과 함께 12개 병원에 연락을 취했지만 11개 병원에서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서울 강서구의 이대서울병원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오전 7시 57분 출발했다. 아이는 구급차 내에서 심폐소생술(CPR)과 산소 공급을 받으며 이송됐지만 오전 8시 30분 병원 도착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세종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70대 환자가 인근 대형병원 응급실 야간 운영 중단으로 18시간 만에 타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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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에서 한 환자가 진료 지연 안내문를 지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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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2일 오후 6시 30분쯤 세종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남성이 계단에서 넘어지며 뇌출혈 증상을 보였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원은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이 야간 운영을 중단한 것을 감안해 세종의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다.

환자는 이송된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은 후 “더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사고 발생 시점부터 18시간이 이상 지난 오후 1시쯤에야 청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결국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부산에선 응급실을 헤매던 환자가 수술할 의사를 찾던 중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70대 근로자 A씨가 공사장 2층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신고 직후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급하게 병원 여러 곳에 연락했지만 진료가 어려우니 오지 말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사고 현장에서 50㎞ 떨어진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이곳에서도 긴급 수술이 가능한 의사를 찾지 못했다.

의료대란으로 구급차 재이송 횟수가 늘어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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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병원 곳곳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대형병원 응급실 인근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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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에 따르면 의료대란이 시작된 올해 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병원을 찾아달라”는 구급대들의 요청으로 인한 이송 병원 선정 건수는 11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9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들어 6월초(10일)까지 구급대가 환자를 4차례 재이송한 사례는 17건으로 지난 한 해(16건)와 2022년(10건) 횟수를 이미 뛰어 넘었다.

전공의가 집단 사직한 후 응급실 사망률이 올랐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사망 환자 수가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응급실 내원 환자 중 사망자 수가 지난해 1∼7월 2만 8123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2만 7176명으로 3.4% 감소했다. 또 경증환자의 사망은 작년 553명에서 올해 484명으로 12.5% 줄었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응급실 환자 중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중증 환자의 경우 올해 (내원환자 수가) 거의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과 경증 환자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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