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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손주 있었으면" 헛헛한 노인들…'시간당 4000원' 남의 애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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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미국의 합계 출산율이 1.62명으로 역대 최저치 기록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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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저출산으로 손주가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의 자녀 세대가 혼인 연령대가 됐지만 아이를 낳지 않으면서 노년층의 삶도 달라지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도 저출산 추세가 확연하다. 지난해 미국의 합계 출산율은 1.6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WSJ는 젊은 세대가 높은 주택 비용과 학자금 대출로 인해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을 부담스러워 하거나 아이를 낳는 것이 직업적 목표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조부모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 볼링그린주립대의 국립가족결혼연구센터(NCFMR)의 조사 결과 지난해 미국 50~90세 성인의 약 절반이 손주를 봤다. 지난 2018년 57%였던 것에서 감소했다.

WSJ에 따르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베이비붐 세대에게 손주를 가진 친구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캘리포니아주(州)의 앤 브레노프(74)는 "얼마 전 딸이 임신한 친구와 함께 아기 옷 쇼핑을 가게 됐는데 부러웠다"며 "손주들에게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고 저에 대한 기억을 갖게 하고 싶지만 내게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고 WSJ에 말했다. 브레노프의 두 성인 자녀들은 아이 계획이 없다고 한다.

손주를 기대하는 부모 세대와 "아이보단 내 삶이 우선"이라는 자녀세대 간 가치관 충돌도 나타난다. 캘리포니아주의 한 60대 여성은 아들에게 아이를 낳으면 근처로 이사해 아이를 돌봐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아들의 반응은 냉랭했다고 한다. 이 여성은 조카 손주를 돌보며 마음을 달랬지만, 아들 부부가 아이를 키우는 기쁨을 경험하지 못해 내심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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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메리코(AmeriCorps)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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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조부모가 되고 싶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위탁 조부모' 봉사가 각광받고 있다. 위탁 조부모는 55세 이상 자원봉사자와 장애 아동, 저소득층 자녀 등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일대 일로 연결해주는 봉사활동으로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한다. 현재 약 2만5000명의 자원봉사자가 지역 아동들의 조부모가 되어주고 있다.

위탁 조부모는 아이들에 운동화 끈 묶기 같은 일상적인 도움을 주는 것부터 시작해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가족이 되어주는 것이 목표다. 위탁 조부모 운영기관 아메리코(AmeriCoprs) 관계자는 "조부모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봉사활동을 통해) 어린이의 삶에 조부모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탁 조부모로 활동하고 있는 테네시주의 엘노라 테리(84)는 30대에 자녀를 잃었다.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손주가 없다는 사실이) 날 괴롭게 했다"고 WSJ에 말했다. 위탁 조부모로 활동하면서부터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은 테리를 할머니라고 부르고, 테리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냉장고에 붙여놨다고 한다.

자원봉사자에게 시간당 3달러(약 4000원)의 활동비를 지급하지만, 이들은 돈보다 보람이 더 크다고 말한다. 플로리다주의 위탁 조부모 봉사자인 바바라 버넷(81)은 "제 급여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이라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나를 살아있게 하고, 목적을 갖게 한다"고 폭스뉴스에 전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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