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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티메프에서 결제한 돈 650만원···아직도 환불 못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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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검은 우산 든 ‘티메프’ 피해자들. 티몬·위메프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13일 서울 강남구 티몬 사무실 앞에서 검은 우산 집회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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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씨(40·여)는 지난 7월9일 온라인 상거래업체 위메프에서 소노호텔 숙박권과 워터파크 이용권을 합친 ‘올인클루시브’ 4인 이용권을 35만원에 예약했다. 8월 휴가철에 두 자녀가 가고 싶어 하던 워터파크에 온 가족이 가려 했다. 숙박일 8일 전까지 100% 환불 가능한 상품이었지만, 7월24일 사용 불가를 통보받았다. 대규모 미정산을 일으킨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터진 것이다.

소노호텔에 문의하니 “예약은 정상적으로 돼 있지만 와서 재결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판매사, 카드사, 전자결제대행(PG)사에 연락해 결제 취소 약속을 받아냈지만, 막상 결제창에서는 ‘취소 실패’라는 알림만 떴다.

그때부터 뺑뺑이가 시작됐다. 판매자에게 연락하면 “위메프에 얘기하라”고 했고, 위메프는 카드사, 카드사는 PG사에 얘기하라고 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행 강제성이 없어 환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답을 들었다. 소보원은 박씨에게 “민사소송을 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지난 7월17일 티메프 모회사인 큐텐그룹이 대금정산 지연을 알린 ‘티메프 사태’가 일어난 지 약 두 달이 지났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지도 못했고 환불도 받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12일까지 티메프 소비자 환불 처리를 401억원 집행했다고 집계했다.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미정산 금액 중 3%에 불과한 금액이다. 정부는 소비자 피해액과 피해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결제대행사, 카드사, 판매자에게 중복으로 환불을 신청해서 실제 피해 규모를 집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행상품 구매자들은 거액의 손해를 입었다. A씨(67)는 지인 부부와 중국 장자제를 여행하기로 하고 위메프에서 노랑풍선 여행사 4인 여행상품을 750만원에 예약했다. 지난 7월 위메프가 부도 위기라는 뉴스를 접하고 황당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여행사에 연락하니 “위메프에서 돈을 못 받아서 며칠 후 예약을 취소한다”는 답을 들었다.

여행은 여행사가 취소했는데 A씨는 750만원을 물어내야 할 위험을 안고 추석 연휴를 맞게 됐다. 그는 “원래 9월11일 출발 상품이라 지금쯤 장자제에 있어야 하는데 여행비를 물어내야 할 처지라 참담하다”며 “여행사가 책임을 회피하려면 ‘위메프와 발권위탁약정이 돼 있으나 결제금액이 언제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해약된다’고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먼저 추진하기로 한 일반상품 환불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모씨(44·남)는 지난 7월 티몬과 위메프에서 화장품 1000만원어치를 구매했으나 상품도, 환불도 받지 못했다. 판매자가 물건을 보낼 수 없다고 해서 결제취소 동의를 받아냈는데 PG사가 환불을 거절했다.

최씨는 정부가 지난 8월7일 “먼저 일반상품 환불 절차를 이번 주 내 완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하자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3주쯤 뒤에 환불해주겠다”던 카드사에서는 한 달이 다 되도록 연락이 오지 않는다. 최씨는 “정부가 처음에만 환불에 속도를 내고 이젠 뭉개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티메프의 경영부실 책임을 왜 소비자들이 지냐”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B씨(27·남)는 지난 7월 티몬에서 산 티몬캐시 상품권 150만원어치와 외식 프렌차이즈 이용권 500만원어치가 휴짓조각이 됐다고 호소했다. 티몬캐시는 음식점·카페·편의점·영화관 등에서 쓸 수 있는 온라인 상품권이다. 티몬은 마침 티몬캐시 10%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다. 일단 많이 사두고 쓰고 남으면 나중에 결제를 취소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뒀다. B씨는 “티몬의 경영이 불안하다는 생각을 못했다”며 “최저가 찾으면 나오는 걸 샀는데 7월에 구매한 사람이 어쩌다가 (피해자로) 걸린 것”이라고 했다.

B씨는 정부가 ‘소비자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할 때마다 답답함을 느낀다. 그는 “뉴스를 보고 소비자들이 환불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은데, 여행·상품권 피해자 중 구제받은 사람은 실제 거의 없다”고 했다. B씨는 “정부는 소보원 분쟁을 기다리라고 하는데, 소보원 분쟁조정은 여행상품 피해자를 우선으로 하고, 여행상품 분쟁조정도 연말까지 걸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내년, 내후년까지 기다리라는 건가”라며 “환불 문제를 책임지는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소비자는 개인이고 티메프, PG사, 카드사 같은 기업들 싸움에 왜 개인을 인질로 잡는지 모르겠다”며 “PG사를 통해 일괄 결제를 취소한 뒤에 구상권을 청구하든 뭘 하든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씨는 “이번에 정부가 바로잡지 않으면 머지포인트 사태처럼 또 다른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 한덕수 “티메프 사태, 정부 공동 책임 아니다”
https://m.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9111451011#c2b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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