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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꿈 실현 투자 시간도 부족해요"…연휴에도 아픈 가족 돌보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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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가족 돌보는 '가족돌봄청년'…연휴에도 '돌봄'

규모도 파악 안돼…지원대상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발굴 어렵다면, 도움 요청 가능한 체계 만들어야"

뉴시스

[서울=뉴시스] 뇌병변장애 1급을 판정받은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김선호군의 집 안.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군은 아버지와 번갈아가며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사진=초록우산 제공) 2024.09.14.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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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이번 연휴에도 집에만 있을 것 같아요. 여행이요? 생각해본 적 없어요."

고등학교 2학년인 김선호(17·가명)군은 매일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돌본다. 어머니는 김군이 3살 때 뇌출혈로 쓰러져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아버지는 이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김군 역시 12살부터 어머니를 돌보는 일에 함께하고 있다. 간병인이 돌본 적도 있었지만 일이 힘들어 금방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그 뒤로는 가족 내에서 돌봄을 온전히 부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집을 떠나는 일은 어려워졌다.

'마지막 여행'을 묻자 김군은 곰곰이 생각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당일치기 여행이 마지막"이라고 답했다.

여행 뿐만 아니라 공부 등 꿈꾸는 일에 투자할 시간도 부족하다. 현재 요리사를 꿈꾸는 김군은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의 도움으로 일주일에 4시간씩, 요리학원을 다니며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고 있다.

김군은 "이번 연휴 같이 쉬는 때, 요리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좋겠다"며 "수급자비나 금액적인 지원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보다 장기적으로 지원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픈 가족 돌보는 가족돌봄청년…규모 몰라 지원에 난항


김군처럼 아픈 가족을 돌보는 14~34세 '가족돌봄청년'의 규모는 18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확한 현황과 규모 파악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수조사를 위한 법·제도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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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선호군의 어머니가 침대에 누워있다. 김군의 어머니는 김군이 3살 때 뇌출혈로 쓰러져 뇌병변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사진=초록우산 제공) 2024.09.14.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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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된 기준이 없다 보니 복지현장에서는 지원 대상을 찾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지역별로 가족돌봄의 대상, 행위, 연령 기준을 다르게 정하고 있어 비슷한 환경에 놓인 아동이라도 사는 지역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부모를 돌보는 이들이 본인에게 맞는 지원책이 무엇인지 파악조차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군 역시 "지역 종합사회복지관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찾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어머니 건강이 악화되면서 간병을 시작한 박민하(20·가명)씨도 "지원금 부분은 잘 알지 못한다"며 "대학을 다니며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해 어머니 병원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의 어머니는 의류 공장에서 일했으나 대장 질환이 심해 수시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탓에 현재는 고정적인 출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커졌고,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동생도 일찍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라는 박씨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국가나 지자체가)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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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민하씨가 어머니를 부축해 걷고 있다. (사진=초록우산 제공) 2024.09.14.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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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돌봄청년' 먼저 발굴해야…"도움 요청엔 적극 지원 필요"


박씨의 동생처럼 생계 부담에 학업을 포기하는 가족돌봄청년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하다. 정책적인 뒷받침을 위해 국회에서도 가족돌봄아동·청소년·청년을 지원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발의한 '가족돌봄지원법'은 가족돌봄청년의 실태조사 및 지원계획 수립, 가족돌봄서비스 제공, 상담·교육, 취업·자립 지원 등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과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관련 법률 제정과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서다.

지난 2022년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자체적인 현황 조사를 진행한 초록우산도 민간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국회를 찾아 ‘가족돌봄아동·청소년·청년 지원 법안’ 제정을 촉구했다.

특히 초록우산은 가족을 돌보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선제적 발굴이 중요하다고 봤다. 아이들이 진로와 미래를 준비할 시기를 놓치기 전, 조기에 발견해 '가족돌봄의 굴레'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전문가들 역시 선제적인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발굴이 어렵다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가족돌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당사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본인이 가족돌봄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가족돌봄청년'에 해당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 보니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는 생각까지도 닿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선제적인 발굴이 어렵다면, 본인의 '가족돌봄' 상황을 인지하고 지자체, 학교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법적인 규정,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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