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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HBM 중국 수출 통제" SK하닉·삼전 흔들 변수와 엔비디아란 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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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영 기자, 강서구 기자]

중국을 전략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미국이 이번엔 인공지능(AI)의 중추 HBM을 '무기'로 삼았다. HBM의 대중對中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선언한 거다. 문제는 HBM을 생산하는 기업 3곳 중 2곳이 한국에 있다는 거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다. 우리로선 악재를 만난 셈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또 '등 터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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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HBM의 대중 수출 통제 조치를 검토 중이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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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역폭 메모리, 인공지능(AI)의 중추…. HBM(High Bandwidth Memory)을 뜻하는 수식어다. 의미에서 보듯, AI와 연결돼 있다. AI는 복잡한 연산 작업을 요구하는데, 이를 처리하기 위해선 높은 성능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 HBM은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AI용 GPU의 필수품으로 꼽힌다.

시장에 빗대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계에서 HBM을 생산하는 기업은 총 3곳이다.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다. 세 기업은 AI에 들어가는 GPU를 생산하는 기업에 HBM을 납품한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AI에 들어가는 GPU를 설계한다. 엔비디아의 실적에 따라 세 기업의 주가가 출렁이는 이유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1년 10월 'HBM3(HBM 4세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SK하이닉스는 이듬해인 2022년 6월 엔비디아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올해 3월에도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를 공급하기로 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경쟁에 늦게 뛰어들어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공급처에 자사 HBM을 납품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전자는 2023년에 와서야 HBM3 개발·양산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빠르게 추격(Fast Follow)'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삼성전자의 기세는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를 통해 반격을 꾀하고 있다.

지난 4월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4조원대의 HBM3E 공급 계약을 맺었다. AMD의 신형 AI칩 'MI350'에 탑재하는 물량이다. 이처럼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이끌고 있다. HBM 시장점유율(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2023년 기준)은 SK하이닉스가 53.0%로 1위, 삼성전자가 38.0%로 2위다. 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점유율은 9.0%에 그쳤다.

이런 HBM 생태계에 최근 변수가 등장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HBM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에 나선 거다. 미국은 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반도체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통제해왔다.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조만간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중국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통제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새 통제 조치는 중국 기업에 HBM을 직접적으로 판매하는 걸 제재한다"며 "다른 AI 관련 반도체 판매를 함께 제재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 컨퍼런스'에서 엘렌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세계에서 HBM을 만드는 기업이 3곳 있는데 그중 2곳이 한국 기업"이라며 "그들의 역량을 우리와 우리의 동맹국의 수요에 맞게 개발하고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꾀하는 대중 수출 통제 조치에 국내 HBM 기업들이 동참하길 요청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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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통제책은 사실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엔 악재다. 두 기업 모두 '중국 실적'이 증가세를 띠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은 2023년 상반기 3조882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조6061억원으로 121.7%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역시 91.6%(2023년 상반기 17조8080억원→2024년 상반기 32조3452억원)로 증가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중 HBM 수출을 통제한다면 양사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실제로 미국의 HBM 통제 발언 이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는 곧바로 급락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1일 장중 15만8700원까지 떨어졌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6만4900원으로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그 이후에도 두 회사의 주가는 냉탕온탕을 오갔다. 12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효과'를 누리며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다음날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13일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55% 떨어진 16만28000원을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2.87% 하락한 6만4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 때문인지 정부도 미국의 HBM 수출 통제책을 우려하고 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국내 기업이 2곳이나 포함되는 만큼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직 조치가 발표되지 않아 입장을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연 HBM 대중 수출 통제 조치는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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