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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K-VIBE] 최만순의 약이 되는 K-푸드 ...김밥의 추억과 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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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이에 연합뉴스 K컬처 팀은 독자 제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 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최만순 음식 칼럼니스트.한국약선요리 창시자.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중국약선요리 창시자 팽명천 교수 사사 후 한중일 약선협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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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의 세계화 앞장서고 있는 김락훈 셰프
본인 제공



최근 한국의 김밥이 세계에서 인기가 많다.

김밥 하면 한국인에게 누구나 하나쯤의 추억이 있다. 필자도 초등학교 시절 가을 소풍에 김밥과 관련한 기억이 있다.

어머니가 아침에 싸주시던 김밥은 김 한 장에 고두밥을 지어 깨소금과 참기름에 섞어 얇게 편다. 여기에 볶은 멸치, 김치, 단무지를 넣어서 싸주신 김밥의 추억이 있다.

당시는 지금처럼 포장지가 없던 시절이다. 포장은 통 김밥을 한지에 말고 신문지로 한 번 더 싼다. 그리고 보자기에 넣어 곱게 매듭을 묶어 소풍 가방에 넣어주셨다.

잊히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김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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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연합뉴스 자료사진



◇ '천'을 살피는 것이 음식의 기본

'손자병법'(孫子, 중국 오나라 때 손무가 편찬한 병법서) 제1 시계(始計)에 나오는 '전력의 다섯 가지 조건'에서 두 번째가 '천'(天)이다.

음식에서 천(天)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음식을 만들기에 앞서 재료의 철과 음양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계절의 기후와 각각 계절에 나는 재료로 그날의 날씨와 온도, 습도 등에 맞춰야 한다.

요즘은 커피 바리스타나 제빵, 제과 등 명인이 이런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면 주목받는 시대다.

사실 예전 우리네 어머니의 한 끼는 항상 그렇게 준비됐다.

중국 고대 하나라 말, 상나라 초의 재상 이윤(伊尹)은 원래 요리사로 유명한 이다. 그가 주장한 '오미 조화설'(五味調和說)에는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원재료의 자연적 성질인 '천'(天)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천'은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물에 사는 생물은 비린내가 나고, 육식하는 동물은 노린내가 나며, 채식하는 동물도 비리다고 했다.

그러므로 냄새나고 나쁜 모든 것의 성질을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 계절별로 알아야 할 식재료의 특징

얼마 전 24절기 중 백로(白露)를 맞았다.

오곡이 무르익고 더위도 점차 사라져 가을 날씨로 바뀌게 된다. 하룻낮과 밤의 온도 차가 매우 심해진다.

아침과 저녁은 서늘하고 점심은 덥다. 하루의 온도변화가 매우 많고 빠르다.

저녁이면 온도가 급속도로 떨어져 이슬이 생성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날씨가 된다. 이때 이슬이 특히 많고 알맹이가 커서 예부터 백로라고 말한다. 날씨가 서늘해지는 환절기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보통 백로부터 천고마비의 계절이 시작된다. 어떤 사람은 인체를 보양할 때 단순히 해산물, 육류 등의 영양식품 보충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계절 때문에 쉽게 걸릴 수 있는 병들을 소홀히 여긴다.

현재 코로나19가 재유행이다. 백로 절기 15일 동안은 천식과 기관지의 질병이 발생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알레르기로 인해 천식과 기관지에 질병이 발생하면 음식조절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체로 알레르기에 의한 기관지 천식 환자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 평소에 생선, 새우 등의 해산물과 날것, 차가운 것, 불에 구운 것, 또는 절임음식, 맵거나 시고, 달거나 짜거나 혹은 기름진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한다.

갈치, 게, 새우, 후추 등도 적게 섭취해야 한다. 담백하고 소화가 잘되며 비타민이 많은 음식을 더 먹는 것이 좋다.

현대의학에 의하면 나트륨 섭취는 기관지의 반응성을 높인다. 많은 지역에서 천식 발병률은 식염의 소비량과 정비례를 이룬다.

이것으로 볼 때 천식인 사람이 음식을 짜게 먹는 것은 맞지 않는다.

사람이 섭취하는 모든 재료는 서로 다른 습성(性), 맛(味), 귀경(歸經), 승강부침(乘降浮沈)과 보사(補瀉, 인체의 부족한 것을 보충하고 남는 것을 하제를 써서 병을 고침)작용을 한다.

다른 성질은 그 작용이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모두 절기의 변화에 따라 음식 구성을 조절해야 한다.

◇ 한국의 슈퍼푸드 '김'

해조류의 섭취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이것을 말려서 오래도록 보관하며 먹는 방법의 하나가 김이다. 김이라 불린 유래는 1640년 김여익이 태안 광양에서 최초로 김 양식에 성공했다는 기록에서 기원한다.

이때 특별히 부를 이름이 없어 김여익의 성을 따 김이라 부르게 됐다고 전해진다. 얼마 전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김과 미역을 한국의 슈퍼 푸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의 현대 영양학적으로 일반 해조류에 비해 많은 단백질을 비롯해 비타민, 당질, 섬유질, 칼슘, 철분, 인 등 다양한 영양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또한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마른 김 1장에는 달걀 2개 분량의 비타민 A가 들어 있다. 따라서 마른 김 3장이면 뱀장어구이 1접시와 맞먹는다고 한다. 또 비타민 B1은 야채보다 많고 비타민B2는 우유에 비해 많으며, 비타민C도 밀감의 3배 정도 함유돼 있다.

김도 채취한 시기에 따라 품질이 다르다. 보통 겨울에 수확한 것이 단백질의 함량이 높고 맛이 좋다. 겨울철 마른 김에는 100g당 30~40g의 단백질이 함유돼 있어 콩에 들어있는 것과 비슷한 수치다.

약선에서 김은 맛은 달고 짜며 성질은 차다고 본다. 효능은 인체에 쌓인 나쁜 열기를 식혀주며 담(痰)을 녹여주고 소변이 원활하게 나온다고 했다.

특히 여름철 폭염으로 쌓인 독기를 배출하는 데 좋다. 약선으로 활용할 때는 크게 고혈압, 폐결핵, 각기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본다. 또한 폐에 열이 쌓여 발생한 담 등에 주로 사용한다.

단 김은 찬 성질이 있어 소화기관이 차가운 사람은 배합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영국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김은 면역력을 증강하고 각종 암세포를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한 김에 포함된 단백질은 혈당을 낮추고 항노화, 항혈지방, 항염증 등에 좋으며 인체에 쌓인 각종 중금속의 독기를 해독한다고 했다.

◇ 약선 김밥 요리법

백로 이후 날씨 때는 약선을 응용한 김밥을 먹으면 여러 효능을 볼 수 있다. 조리법은 크게 네 가지 정도가 있다. 먼저 닭고기 김밥을 들 수 있다. 밥 180g, 닭가슴살 80g, 양파 80g, 유자청 30g, 소금, 후추 등의 재료로 만든다. 만드는 방법은 닭고기는 오븐에 굽고 양파는 채를 썰어 유자청과 후추 소금을 넣고 버무려 김에 싼다.

이러면 가을철 인체의 폐를 보양해 좋은 기운을 만들고 담을 녹이며 기침을 멎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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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과
KBS '한국인의 밥상' 캡처



동과로도 김밥을 만든다. 겨울 멜론으로도 불리며 동아박으로도 알려진 동과는 약선요리에도 많이 쓰이는 식재료다. 재료는 동과 30g, 율무 15g, 쌀 100g이다.

만드는 방법은 동과를 알맞게 잘라 삶아 준비하고 율무를 하룻저녁 불려서 쌀과 함께 밥을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폭염으로 인체에 쌓인 열기와 담을 녹여주며 습기를 몰아내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하고 냉방기로 인한 나쁜 바람을 몰아내 준다.

세 번째는 황정김밥이다. 신선한 황정(백합과 식물인 낚시둥굴레의 뿌리줄기를 말린 것)은 마치 고구마와 같다. 건조된 황정도 잘 익도록 약한 불에 삶으면 맛이 좋아진다.

재료는 황정 50g, 쌀 100g, 깨소금의 비율이다. 삶은 황정과 밥을 넣고 김에 싸면 된다. 그러면 소화기관을 보양해 기운을 북돋고 폐와 심장을 건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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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엽
출처 문화원형백과



네 번째는 자소엽 김밥이다. 자소엽은 예전에는 귀했지만, 지금은 시장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재료는 자소엽 50g, 쌀 150g의 비율이다.

만드는 방법은 자소엽을 깨끗이 손질해 물기를 제거하고 먹기 좋게 잘라 밥과 함께 김에 싸면 된다.

이러면 인체 폐에 좋은 기운을 만들고 한기를 몰아내며 속을 시원하게 뚫어 스트레스와 통증을 멈추고 감기를 예방한다.

예부터 백로신불노(白露身不露)란 말이 있다. 이것은 대지에 찬 이슬이 내린다고 해도 인체는 찬 이슬이 쌓이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인체에 찬 습기가 쌓이면 손발이 차고 저린 냉증이 발생하게 된다. 알맞은 음식과 보온 옷을 입어 몸을 따뜻하게 하여 냉증과 함께 오는 만병을 예방해야 한다.

필자에게는 어린 시절 먹었던 김밥이 지금 백로가 지난 이 시기에 우리 몸을 보호하는 약선으로서 기능하게 되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정리 : 이세영·성도현 기자>

raph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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