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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北, 우라늄 농축 시설 최초 공개…정세현 "미 자극해 협상력 높이려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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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북한이 핵탄두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우라늄 농축 시설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라니움(우라늄) 농축기지의 조종실을 돌아보시며 생산공정의 운영실태를 전반적으로 료해하시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원심분리기들과 각종 수감 및 조종장치를 비롯하여 모든 계통요소들을 자체의 힘과 기술로 연구개발도입하여 핵물질현행생산을 줄기차게 벌려나가고 있는데 대한 보고를 받으시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시였다"고 밝혔다.

이어 통신은 김 위원장이 "생산현장을 직접 돌아보시면서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며 "원심분리기 대수를 더 많이 늘이는 것과 함께 원심분리기의 개별분리능을 더욱 높이며 이미 완성단계에 이른 새형의 원심분리기도입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 무기급핵물질생산토대를 더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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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로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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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사진 등의 형태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0년 북한은 핵물리학자인 미국의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초청해 평안북도 영변 내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준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시설 자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시설의 위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영변이 아닌 평양 인근의 강선 단지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강선 단지의 별관 공사가 올해 초 4월에 완료됐고 인접한 건물의 공사도 5월에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통신이 "김정은동지께서는 핵무기현행생산을 위해 능력확장을 진행하고 있는 공사현장도 돌아보시면서 설비조립일정계획을 구체적으로 료해하시였다"고 보도한 것도 이를 의미한 것일 수 있다.

자연 상태에서도 존재하는 우라늄은 고농축을 통해 핵탄두에 장착할 수 있는 무기로 만들 수 있다. 핵무기에 사용되는 또 다른 물질인 플루토늄은 핵 분열을 통해 만들어지는 인공적인 물질이다. 현대의 핵무기는 대부분 플루토늄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북한 역시 플루토늄을 일정 부분 확보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확충하려는 것은 플루토늄 생산에 비해 외부의 감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은 위성을 통해 감시를 받지만 우라늄의 경우 장비만 갖춰져 있다면 대규모로 농축 시설을 만들 수 있고 이를 감시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우라늄 농축을 더 많이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핵 탄두 숫자를 늘리기가 쉬워진다.

김 위원장이 이 시점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최초로 공개한 것을 두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핵 비확산 책임을 지고 있다"며 "미국 대통령의 조바심을 자극해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김정은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시즌 2'를 기대할 수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미국 정부가 북한을 그대로 놔둘 수 없도록,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해리스가 아무리 김정은을 독재자니 폭군이니 이야기해도 아무 조치 없이 말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미 대선 전에 7차 핵실험을 통해 협상력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추가 핵실험은 큰 의미 없다. 대개 5차까지 하는 것이 통설"이라며 추가적 핵실험일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통해 원자탄을 확보했고 6차 핵실험을 통해 수소폭탄(열핵폭탄)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는데, 7차 핵실험을 한다면 수소폭탄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것을 보면 이것이 7차 핵실험을 대신하는 협상카드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면서 사실상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가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는데, 이러한 변화가 북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할 정도의 자신감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 편을 들고 나오니까 북한 행동을 규제할 수 있는 안보리 결의가 효력이 없어지게 된 것"이라며 "유엔을 통한 미국의 국제정치적 관리 능력이 줄어들고 있는 건데, 미국의 대중국, 대러시아 압박 정책이 가져온 자충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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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당국자들과 대화하는 모습. ⓒ로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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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면서 핵능력의 가속적 강화, 전술핵무기용 핵물질 생산을 운운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개발은 다수의 유엔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와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북한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핵 위협이나 도발도 굳건한 한미동맹의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를 기반으로 한 우리 정부와 군의 압도적이고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북한 정권은 핵무기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북한 주민들을 위한 자유와 민생, 평화의 길로 조속히 나와야 하며, 우리 정부가 제안한 비핵화 대화에 즉각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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