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5 (화)

응급실 붕괴 위기 속 분투…"힘들지만 병원 떠날 순 없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공의 이탈로 근무 인력 감소

대기시간↑... 신속 대처 어려워

"연휴 기간 환자수 계상 넘을 것

힘들지만 병원 떠날 순 없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응급실 인력 부족이 심화하면서 의료 현장은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응급실 의사 부족이 현실화된 상황에 추석 명절이 찾아왔다. 일반 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명절에는 응급실 이용률이 급증하지만, 최근 전공의 파업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 진료가 매우 축소됐다. 중증 환자만을 받는 3차 병원 응급실은 극심한 인력난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스포츠월드

박억숭 서울부민병원 응급의학과장(사진 왼쪽)이 응급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부민병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인력은 3분의 1, 의료 퀄리티는 유지해야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의사 한 명이 담당할 수 있는 환자 수는 정해져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응급실이 이 기준을 초과해 환자를 보고 있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자신의 SNS와 기고를 통해 “환자 11명을 동시에 돌봐야 하고, 응급실서 홀로 외줄 타는 심정”이라고 토로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대학병원의 경우 응급실 근무 인력은 평소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본래 최소 30명의 의료진이 근무해야 할 응급실에는 현재 10명도 채 되지 않는 의사들이 근무를 이어가는 중이다.

인턴과 전공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남은 인력들이 1.5배 이상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모든 병원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월드

서울부민병원 간호사가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서울부민병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휴, 2차 병원도 ‘마음의 준비’… 관건은 배후진료 범위

이런 상황에 2차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중증 환자들이 급증하면서 응급실을 운영 중인 2차 병원도 긴장하고 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서울부민병원을 찾았다. 이날 박억숭 서울부민병원 응급의학과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 부민병원은 300병상, 약 60명의 의료진이 근무하는 종합병원이다. 현재 이곳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평일엔 30~40명 선. 강서구에 2개뿐인 응급의료기관 중 하나이다보니 주말엔 50명 이상 몰리기도 한다.

더구나 바로 옆 상암동에는 응급의료기관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마포·부천·김포 등 인근 지역 환자도 많다. 통상 명절에는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70∼80명 수준으로 올라간다. 다만 이번 추석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4명과 일반의 1명 총 5명이 24시간 주·야간 근무에 나서고 있다. 시간별로 쪼개 한명씩 근무하고 정형외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수술 가능한 의사들은 콜 당직을 선다.

스포츠월드

서울부민병원 응급실 의료진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서울부민병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먼저 2차 병원의 인력부족 상황에 관해 물었다. 박 과장은 “애초에 대다수 2차 종합병원들은 넉넉한 인력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며 “병원 규모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환자 수와 진료 범위에 한계가 있을 뿐”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명절을 앞두고 긴장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연휴에는 대다수 의료기관이 외래 진료를 하지 않다 보니 환자들이 모두 응급실로 몰릴 수밖에 없다.

2차 병원 응급실 역시 전반적으로 환자 수와 중등도가 약간 증가한다”며 “다만 이런 상황에 병원마다 배치된 인력이 한정적이다 보니 환자들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응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억숭 과장은 2차 병원은 진료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보다 최종 치료를 제공해야 할 배후진료가 되지 않아 전원해야 하거나 돌려보내야 할 때 어려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환자를 받더라도 응급처치 후 수술, 입원 등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사실상 응급실 의사들이 힘들어서 환자를 ‘안 받는 게’ 아닌, 배후진료 역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환자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셈이다.

박 과장은 “이들의 진료, 검사, 진단, 입원, 수술 등을 문제없이 잘 감당할 수 있느냐를 정확히 판단하고 환자와 배후 의료진들을 설득하는 게 현재로써는 가장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박억숭 과장은 지속해서 지적되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에 대해 ‘의료 특수성에 대한 이해 부족’이 핵심 원인 중 하나라고도 짚었다. 그는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는 병원 규모나 능력에 따른 배후진료가 가능하냐의 여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과장은 이런 상황일수록 언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지, 응급실에서 어떤 진료가 이루어지는지 등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에게 이런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법조인과 언론인, 구급대원은 물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반적인 의료 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며 “앞으로도 성실히 환자를 진료하고, 의료 특수성에 대한 이해 부족을 개선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스포츠월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의료진의 안전도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박 과장은 ‘진료 제한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응급실 내에서 상식 수준에서의 진료 과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의료진의 지시 거부, 난동, 폭언과 폭행 등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도 사실”이라며 “고의‧중과실을 제외한 의료 행위에 대한 면책도 법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박 과장 역시 힘든 환경에서도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그는 “환자와 직장을 함부로 떠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미소 짓는다. 이어 “정책 변화나 직업 이미지에 대한 시선 등 외부 요소에 의한 한계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힘들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소소한 인사나 감사 인사를 건네는 환자들이 있으면 다시 힘이 난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 스포츠월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