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서 진행된 퇴임식 통해 임기 내 소회 밝혀
"양측 비난·저주 견디며 책임감으로 버틴 시기"
'검수완박' 대해 쓴소리…"시대정신에 어긋나"
"檢, 오로지 증거와 법리…유·불리 따지지 말라"
직무대리부터 검찰총장까지 약 2년4개월간 검찰의 수장을 지낸 이원석 총장이 지난 임기를 돌아보며 13일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신의 임기를 ‘극단적 양극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라고 정의하며 검찰 안팎에서의 공격을 토로하면서도 검찰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45대 검찰총장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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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제45대 이원석 검찰총장 퇴임식’을 진행했다. 이날 퇴임식에서 이 총장은 4611자에 달하는 퇴임사로 임기 내 소회와 검찰을 향한 공격, 검찰의 존재 이유 등을 풀어냈다.
먼저 이 총장은 검찰이 처한 현 상황을 극단적 양극화의 시대라 표현하며 어려움이 많았음을 토로했다.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해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총장은 “한쪽에서는 검찰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며 “한쪽에서는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수사라 손가락질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만약 그 일이 상대 진영에서 일어났다면 서로 정반대로 손가락질하며 평가했을 일을,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오로지 유·불리에 따라서만 험한 말들을 쏟아내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고 짚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이 총장은 “2022년 5월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을 겪고 난 검찰은 말 그대로 병들어 누운 환자였다”며 “뜻을 잃고 망연자실하게 손을 놓은 검찰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정부는 범죄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할 형사사법기관인 검찰과 경찰의 역할과 기능을 쪼개고 나누고 분산해 서로 갈등하도록 만들었다”며 “통섭과 융합의 시대에 그렇게 해서는 일이 되지 않고, 이는 시대정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증권범죄합수단, 가상자산범죄합수단, 보이스피싱합수단, 국가재정범죄합수단,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 환경범죄합동수사팀 등을 출범했다고도 부연했다.
아울러 이 총장은 검찰의 존재 이유는 민생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응하는 것이지 권력 쟁취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민생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응하는 것과 함께 검찰의 주된 존재 이유는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을 그르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권력 쟁취를 위해 기본 규범과 규칙을 외면하기 시작하고, 곧이어 입법 과정이 흐트러지고, 검찰제도와 사법절차가 훼손되며, 법과 제도마저 권력투쟁의 도구로 전락하면 공적 신뢰와 함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검찰 구성원을 향해서도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 총장은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해 하나하나의 사건마다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를 세운다’는 기준과 가치로 오로지 증거와 법리만을 살펴 접근하여야 하고, 개인이나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며 “‘관용과 자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전제가 사라진 시대에 이러한 노력은 설 땅을 찾기 매우 어렵고 근거 없는 비난과 매도에 시달리게 됩니다만, 그것이 검찰의 숙명이라고 여기며 견뎌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마주하는 모든 일마다 오로지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려 노력했습니다만, 국민의 기대와 믿음에 온전히 미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여전히 험한 풍랑 앞에 놓인 검찰을 남겨두고 떠난다는 사실에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지만, 검찰 구성원 여러분의 저력과 의지를 믿고 마음을 내려놓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공직자가 힘들어야, 국민이 편안하다’는 믿음을 갖고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만들어 가자”고 덧붙였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45대 검찰총장 퇴임식’에서 입장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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