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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틴보험은 17세기 이탈리아 은행가 로렌조 톤티(Lorenzo Tonti)가 고안한 보험 형태다. 이 보험의 핵심은 가입자가 조기에 사망할 경우, 해당 가입자의 적립금과 사망보험금의 차액을 다른 가입자들의 연금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즉, 오래 살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어 '장수연금'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과거에는 이러한 구조로 인해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가입자의 사망이 다른 가입자의 연금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장수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으로서 톤틴보험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2016년부터 ‘일본생명’을 시작으로 생보사들이 톤틴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고령화센터장은 "모든 보험 상품은 잠재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윤리적 문제는 특정 상품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중요한 건 상품 자체의 구조보다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제언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톤틴보험 도입 이슈가 점화됐다. 지난 3월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이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저해지환급형 연금상품을 활성화하겠다고 하면서다. 저해지환급형 연금상품은 보험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을 적게 지급하는 대신에, 계약을 오래 유지한 고객들의 연금 수령액이 커지는 상품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한국형 톤틴연금’으로 불린다.
‘유병장수’ 시대에 주목받는 또 다른 보험 형태로는 ‘유병자 연금보험’이 있다. 이 역시 김 회장이 건강손상으로 인해 평균 이하의 기대수명을 가진 피보험자에게 더 많은 연금액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성별과 연령을 주로 보는 일반연금과 달리 건강 상태가 안 좋으면 연금액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주로 은퇴기에 있는 고령층이 가입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유병자 연금보험은 영국에서 가장 활성화돼있으며 1995년 유병자 연금 상품을 처음 도입한 이후 2020년에는 전체 연금보험 중 점유율이 30%를 웃돈 바 있다. 김 회장이 생명보험 산업의 성장전략 중 하나로 유병자 연금보험 개발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유병자 연금보험에 대한 논의도 나오고 있다.
다만 새로운 보험 상품 도입에 앞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복잡한 구조로 인해 소비자가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가입할 경우 불완전 판매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센터장은 "공적연금이 노후 보장 기능을 완벽하게 해줄 수 없으니 보험사들이 보완적 또는 보충적으로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며 "그러한 측면에서 보험사들의 능동적인 연금상품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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