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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전문가 칼럼] 대나무 네트워크 확장과 동남아 화교 거부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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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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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 중국인 자산가들이나 창업자들은 미국의 베버리힐스나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다. 투자받으려면 여기로 가야한다.”

수십조 원의 자금을 투자해 온 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투자자가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해 대나무 네크워크(Bamboo Network)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대나무네트워크는 동남아시아의 화교(중국계 이주민) 가족 또는 화교들이 소유한 기업 간의 사업 관계를 의미한다.

화교들은 동남아시아의 무역과 비즈니스를 지배해 왔으며, 유럽 식민지 시대 이전 수백 년 동안 토착 동남아시아인들보다 다수 국가들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소수 민족으로 성장했다.

화교들의 누적 자본은 2조5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일본 총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정도이며, 한국의 GDP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특히 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홍콩·대만·싱가포르 등을 거점으로 한 중국 자본과 손을 잡으면서 화교들의 경제적 영향력은 더욱더 강화된 바 있다.

그 결과 현재 아시아 상위 1000개 기업 중 500개 이상의 기업이 재외 중국인이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재외 중국인들이 동남아 및 아시아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약 6억명의 동남아시아 인구에서 화교의 인구는 6%에 불과하지만 80% 이상의 자산을 지배하고 있다. 코로나 시절 아시아의 금융 및 경제의 허브인 싱가포르는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코로나 규제를 최초로 완화한 바 있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많은 해외 자본을 유치 할 수 있었다.

◇ 동남아 억만장자 86%가 중국계

‘아시아의 유대인’ 이라고도 알려진 화교는 이 동남아 지역 기업 자산의 70%를 장악하고 있으며, 화교는 이 지역 기업 자산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동남아의 ‘억만장자’(Billionaire) 의 86%가 중국계다.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이자 싱가포르의 영웅 리칸유 전 총리, 말레이시아의 거부이자 샹그릴라 호텔그룹의 회장인 로버트 쿡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2023년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 2023)에 따르면, 쿡 회장의 자산은 미화 177억 달러 (약 한화 23조원)로 세계에서 97번째 부자다.

화교들은 다양한 국가에 이주하여 큰 부를 축적해 오고 있다. 화교 특유의 사업 통찰력과 적응력 즉 유교 문화와 중화사상에서 기인한 인내, 근면함은 이들 특유의 비즈니스 문화로 세계 도처에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러한 직업적인 윤리의식은 종종 긴 근무 시간과 사업 성공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으로 나타나며, 낯선 외국 시장에서 큰 경쟁적 우위로 나타나고 있다.

또 세계 도처의 약 5000만명으로 추정되는 화교 네트워크를 통해 긴밀한 커뮤니티를 형성해 네트워킹, 리소스 및 사업 기회 측면에서 상당한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적 목표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의 특유의 비즈니스 문화는 종종 장기 계획과 인내심을 강조한다. 단기적 이익보다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집중하면 외국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데 화교들은 엄청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대륙의 판에서 대륙의 큰 시장을 보고 자란 중국인 사업가들은 종종 지역 사회와 호스트 국가의 더 광범위한 시장 수요와 소비자 행동을 파악하는 습관을 통해 이주 국가의 비즈니스 환경을 더욱 잘 이해하여 비즈니스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러한 이해를 통해 다양한 고객 기반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충족하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현지화 시키는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중국인 이주민은 종종 가족 네트워크, 중국 은행,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금융 기관을 통해 큰 자본에 더 수월히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재정적 지원은 경쟁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확장하는 데 필수적으로 작용한다.

◇ 中 통로 자금줄 ‘홍콩의 재부상’

비즈니스타임즈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초, 홍콩의 엄격한 검역과 정치적 격변으로 인해 본토 중국인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들던 전염병이 돌던 시절과는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제 프라이빗뱅커, 서비스기업, 보험사들은 홍콩의 비즈니스가 회복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한편 싱가포르는 싱가포르 정부가 자금세탁 규정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일부 자산가 고객들은 싱가포르로의 유입을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23년 홍콩의 총자산은 2.1% 증가해 약 31조 홍콩달러(5조4000억 싱가포르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프라이빗 뱅킹과 자산관리 부문의 큰 성과에 힘입어 지난 202년 홍콩 순자금 유입액은 3배 이상 급증해 3900억 홍콩달러에 달했다.

현존하는 중국계의 최고 갑부는 홍콩 인 리카싱 회장(Li Ka-shing, 李嘉誠)이다. 부동산, 항만, 통신 등에 투자했고, 순자산이 미화 300억 달러 이상 한화 약 40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장강화기실업(CK Hutchison Holdings), CK에셋홀딩스의 전 회장인 리 회장은 특유의 날카로운 투자 통찰력으로 인해 비즈니스 세계에서 ‘슈퍼맨’으로 불린다. 1928년 광둥성 조주 차오안에서 태어난 리 회장은 가족과 함께 1940년 중일 전쟁을 피해 난민으로 홍콩으로 피난했다. 리 회장은 이러한 엄청난 부에도 불구하고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명성을 쌓아 왔으며, 심플한 검정색 정장 구두와 저렴한 세이코 손목시계를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홍콩의 거부는 조셥 라우(Joseph Lau Luen-hung, 劉鑾雄) 회장이다. 라우 회장은 부동산 개발기업인 화인 부동산(Chinese Estates)의 전 회장이며, 미 포브스(Forbes)는 그의 재산을 2021년 133억 달러로 추산한 바 있다. 라우 회장은 마카오 최대 카지노 운영업체 중 하나인 갤럭시 엔터테인먼트그룹(Galaxy Entertainment Group)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김세훈 BCC글로벌 한국·동남아시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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