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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내 근육 따라 움직이는 ‘로봇 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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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절단 부위 근육에 자석 이식

움직임 패턴 알고리즘으로 해석

행위자 의도 파악해 의수 작동

동아일보

사용자가 근육운동 기반 무선 인터페이스를 사용한 로봇 의수(왼쪽)로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산타나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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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로봇 의수’를 개발했다. 사지 근육에 이식한 자석이 미묘한 근육의 움직임을 분석하면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의도를 예상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기존 뇌의 신호에 의존해 작동하는 의수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며 로봇 의수의 장점을 소개했다.

마르타 게라르디니 이탈리아 산타나대 연구원 연구팀은 근육 조직의 특정한 위치에 자석을 이식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돕는 근육운동 기반 무선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고 이를 적용한 로봇 의수의 성능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11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사지를 움직이는 것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한 최신 로봇 의수는 생체 신호를 인식하고 제어하는 기술을 토대로 발전하고 있다. 뇌와 신경계를 직접 연결해 의수를 제어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신경 신호를 인식해 직접 기계로 전달해 정밀한 움직임을 제어한다. 연구팀은 뇌와 신경계를 연결시키는 방식은 신경 신호가 기계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부 신호가 완전히 전달되지 못하면서 사용자의 정밀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

연구팀의 로봇 의수가 사용자의 의도대로 정밀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근육에 주목했다. 기존에도 사지가 절단된 부위의 근육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감지해 로봇 의수를 제어하는 기술이 널리 사용됐다. 사용자의 근육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 신호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개발된 의수는 근육의 전기신호가 아닌 움직임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왼쪽 팔뚝이 절단된 실험 참가자의 팔 상부에 위치한 근육 부위 3곳에 자석 6개를 이식했다. 근육을 덮고 있는 피부에는 자석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장치가 부착됐다. 근육에 미세한 움직임이 발생했을 때 자석의 미묘하게 바뀌는 위치를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감지된 자석의 위치 변화는 연구팀이 별도로 개발한 알고리즘에 의해 해석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알고리즘은 사람이 특정한 움직임을 의도할 때 사지의 근육이 움직이는 다양한 패턴을 학습했다. 자석의 위치 변화 정보를 확인한 알고리즘이 기존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어떤 움직임을 의도했는지 추론하고 의수를 움직이는 원리다.

이렇게 개발된 로봇 의수는 실험 참가자가 의도한 아주 정밀한 움직임까지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참가자의 팔꿈치와 손목 각도를 정밀하게 조절했으며 필요한 움직임에 맞게 팔 상부 근육을 적절히 수축시켰다. 실험 결과 이 의수를 장착한 사용자들은 깨지기 쉬운 달걀을 집어 들거나 손목 각도를 절묘하게 움직여야 하는 물병 뚜껑을 여는 동작을 어려움 없이 수행했다. 신발끈을 묶고 밀봉된 약봉지에서 알약을 꺼내는 동작도 가능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로봇 의수가 팔과 다리를 잃은 사람들의 미세한 운동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의수의 장착이 상대적으로 간편한 만큼 의수와 같은 보철물 사용을 중간에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편리하게 의수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로봇 의수는 더욱 직관적으로 인간의 의도를 읽어내고 움직임을 구현한다”며 “근육의 움직임에 중점을 둔 장치의 근육운동 기반 인터페이스는 향후 로봇 의수 기술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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