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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오늘과 내일/유현재]대한민국 삼킨 유튜브, 폭주 규제 특별법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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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유튜브는 한국인이 가장 ‘애정하는’ 플랫폼이다. 월평균 사용 시간이 971억 분에 달해 앱 중에 단연 1위다. 비교를 해보자면 카카오톡 이용 시간이 월평균 347억 분이고 네이버에 머무는 시간이 월 226억 분 수준이다. 위 수치는 2023년 통계라는데, 최근 보도를 보면 카카오톡 사용량의 3배를 가뿐히 넘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올해 들어 더 늘었을 것이고, 추세는 계속되지 싶다. 딱히 경쟁자도 대체재도 안 보이기 때문이다. 월간활성이용자(MAU·Monthly Active Users) 수도 2023년 12월부로 유튜브는 4565만 명을 찍으며, 4554만 명을 기록한 카카오톡을 앞질렀다.


사실상 ‘전 세대’가 월평균 971억 분 사용


유튜브를 통해 소비하는 콘텐츠 종류도 분류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인상적인 부분은 언론의 영역인 ‘뉴스를 접하는 방식’에서 유튜브를 활용한다고 답한 사람들의 비율이 무려 44%까지 올라갔다는 점이다(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 이 때문에 유튜브를 언론이나 저널리즘 영역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도 이미 뜨겁다. 유튜브 소비에는 세대 구분도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젊은 세대 중심으로 소비자층이 형성되지만, 우리의 경우 10대(94.8%)와 20대(96.3%)가 압도적 비율을 보이면서도, 40대(87.6%)와 50대(89.5%)의 유튜브 사랑 역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렇게 애정하는 유튜브가 최근 각종 범죄와 연결된 플랫폼으로 부각되며 부정적 이미지를 적립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돌려 ‘유튜브’ ‘범죄’ 등의 키워드를 함께 분석해 보면, 산출되는 데이터들이 예전에 비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튜브’가 범죄와 연계되어 회자되는 사례가 늘었다는 뜻이며, 당연히 대중이 유튜브에 갖는 부정적 감정도 치솟고 있다. 연관 키워드를 살펴보면, 그 이유와 배경도 짐작이 가능해진다. ‘쯔양’ ‘구제역’ ‘수사’ ‘피해자’ ‘혐의’ 등이 함께 도출되며, ‘AI’ ‘얼굴’ ‘우려하다’ ‘가짜’ ‘영상’ ‘유포’ 등의 용어가 붙는 것으로 봐서 최근 딥페이크 유통 채널로 유튜브가 활용됨을 걱정하는 대중의 반응을 읽을 수 있다.

유튜브 입장에서도 어느 나라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의 대중이 그들에게 부정적 감정을 본격적으로 품게 되었다는 사실은 마케팅 측면에서도 결코 간과할 일이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단순히 명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유튜버 ‘구제역’ 사건에서 보여줬던 수익 실현 중지 등 한층 강화된 조치를 유튜브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의 노력과는 별개로, 우리 정부가 어떠한 규제 장치를 만들어 유튜브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꼭 필요하다. 한국인의 일상에서 뗄 수 없는 플랫폼이라면, 역기능이 순기능을 덮지 못하도록 법체계를 정비하여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편입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유튜브 방송’이라고 하지만 정작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모순도 해결해야 할 것이고, 플랫폼의 책임 범위와 유튜버들에 대한 현실적 규제, 명예 훼손의 모호함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유럽처럼 딥페이크 등 범죄 막을 규제 시급


유럽의 네트워크 집행법이나 디지털서비스법 등 유튜브의 부작용에 대해 예방하고 견제하는 해외의 법들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전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정보기술(IT)을 누리고 있는 초연결 사회인 한국에만 있는 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유튜브 특별법’ 등 어떤 이름이 되든 말이다. 유튜브라는 거대 플랫폼에 대한 국내법을 논하는 일, 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 가치에 대한 제한을 논의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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