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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2052년엔 두집 중 한집이 노인이 생계 책임지는 ‘고령자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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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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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씨(69)는 10년 전 남편과 ‘황혼이혼’을 한 뒤 쭈욱 혼자 살고 있다. 생계는 자식들에게 받는 용돈과 노령연금, 어린이집에서 노인 일자리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으로 꾸려간다. 이 씨는 “어린이집 방학 때는 친척들이 있는 부산으로 여행을 다니는 게 낙이다. 아직까지는 몸이 건강하고 일도 할 수 있어 혼자 지내도 적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14년 뒤에는 65세 넘는 노인이 가구 생계를 책임지는 ‘고령 가구’가 1000만 가구를 넘어서고 2052년에는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와 같은 1인 홀몸노인 가구도 급격히 늘어나 30년 뒤에는 20, 30대 자취족을 제치고 1인 가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2년 전 전망 때보다 1인 가구 증가 속도 등이 더욱 빨라지면서 인구구조 변화에 맞춘 사회 시스템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28년 뒤에는 열 집 중 다섯 집이 ‘노인가구’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2022∼2052년’에 따르면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고령 가구는 2038년 처음으로 1000만 가구를 넘어선 뒤 2052년에는 1178만8000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2022년(522만5000가구)보다 2.3배로 늘어난 규모다. 전체 가구에서 고령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증한다. 고령 가구 비중은 2022년 24.1%에서 2038년 41.3%, 2052년엔 50.6%까지 높아진다. 2052년엔 고령자 가구가 전체의 절반을 웃도는 셈이다.

전체 가구 수는 2041년 2437만2000가구로 정점을 찍었다가 2052년에는 2327만7000가구로 다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 가구가 꾸준히 급증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022년 2.26명이었던 평균 가구원 수는 2034년 1.99명으로 줄면서 2.0명 선이 처음으로 무너진다. 2052년에는 1.81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봤을 때도 한국의 인구 고령화 속도는 빠르다. 2042년 한국의 65세 이상 가구 비중은 44.4%로 2022년(24.1%)보다 약 두 배로 늘어난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국의 65세 이상 가구 구성비는 29.7%에서 36.3%로, 일본은 37.8%에서 44.7%로 늘어나는 데 그친다.

1인 가구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2037년 1인 가구는 971만4000가구로 처음으로 전체 가구의 40.1%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2년 전 추계 때는 2050년에도 1인 가구가 905만4000가구에 그쳐 전체의 39.6%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1인 가구는 고령층 위주로 불어난다. 1인 가구 중 고령 가구의 비중은 2052년에는 51.6%까지 높아져 절반을 넘어간다. 특히 80세 이상의 1인 가구가 23.8%로 전 연령대를 통들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20대(6.9%), 30대(10.9%) 등 청년층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청년층과 중장년층은 직업 등을 구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인구가 많이 유입되면서 1인 가구가 늘어났다”며 “또 노년층의 경우엔 사별로 인해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보기 어려워지는 전통적 가족 형태

저출산 등으로 3, 4인 가구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2인 가구는 2052년 826만1000가구로 전체의 35.5%까지 늘어난다. 2022년과 비교하면 연평균 6만9000가구씩 증가하는 셈이다. 반면 3인 가구는 2022년 418만 가구(19.3%)에서 2052년 353만2000가구(15.2%)로 줄어들 것으로 추계됐다. 같은 기간 4인 가구도 305만9000가구(14.1%)에서 156만3000가구(6.7%)로 절반가량 감소한다. 부부가 결혼해 자녀 2명 이상을 한집에서 키우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는 찾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3, 4인 가구가 줄어드는 건 저출산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가구를 유형별로 나눠 보면 2022년에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의 비중이 27.3%로 부부만 있는 가구(17.3%)보다 컸지만 2052년에는 부부 가구(22.8%)가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17.4%)를 역전한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층과 노인을 가리지 않고 1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변화 속도에 비해 우리 사회의 준비는 굉장히 더디다”며 “여러 사회보장 제도들이 모두 가구 단위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1인 가구의 증가 추세에 발맞춰 개인 단위로 사회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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