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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한국 시리즈 영화의 진화 '베테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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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 새 영화 '베테랑2' 리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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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베테랑2'는 반성문 같다. '베테랑'(2015)은 개봉 당시 한 단어로 요약됐다. 사이다. 평범한 형사 서도철이 재벌 3세 조태오를 말 그대로 때려 잡는 모습을 본 관객은 그 통쾌함에 열광했다(1341만명). 그런데 '베테랑'은 묘한 이미지를 남겼다. 경찰이 사법 체계 안에서 권력자를 체포했다는 사실보다 착한 형사가 나쁜 재벌과 이른바 맞다이를 떠서 때려 눕힌다는 영화적 상상만 각인된 것이다. 이 인상에서 파생한 말이 사이다였다. '베테랑2'는 '베테랑'을 거대한 성공으로 이끈 바로 그 낱말을 직격한다. '사이다처럼 시원하기 만하면 끝인가. 사이다가 정의인가.' 그래서 속편은 사이다의 극한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와 사이다를 목구멍으로 들이붓길 원하는 대중을 한 통속으로 몰고, 9년 전 사이다를 상징했던 서도철로 하여금 그들에게 수갑을 채우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답하는 듯하다. '사이다는 건강에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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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는 '베테랑'을 뒤집어 엎는다. 당연히 전작과 후속작의 분위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굳이 비유하자면 1편이 입에 넣자마자 톡 쏘는 청량 음료였다면, 2편은 쓴 맛이 오래 남는 엽차. 1편이 기분을 업시킨다면, 2편은 외려 다운시킨다. 다시 말해 전작의 맛을 기대하고 간다면 첫 번째 에피소드가 끝난 이후부터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류승완 감독 필모그래피 안에서 구분하자면 '부당거래'의 서늘함과 '베테랑'의 뜨거움 사이에 있는 작품 같고, 한국영화 형사물 계보 안에서 나눠 보자면 '공공의 적' 시리즈의 메시지와 '범죄도시' 시리즈의 오락성 중간에 있는 영화 같다. 발랄한 관객은 '베테랑2'의 텐션이 예상보다 낮아서 아쉬울 수 있고, 진지한 관객은 작정하고 던진 질문에 비해 풀이 과정이 다소 느슨하고 답변은 너무 정직해서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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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분류와 구분이 전작과 후속작의 우열을 갈라 놓는 건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2편은 1편의 성공을 답습하지 않으려 하고, 여기서 나아가 1편의 성공을 부러 전복하려 한다. 두 영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긴 하나 이처럼 다른 영화로 존재하기에 나음과 못함을 굳이 비교할 필요는 적어진다. 이때 류 감독의 이 선택은 시리즈 영화로서 '베테랑'의 격을 높인다. 그간 한국영화 시리즈물은 대체로 같은 캐릭터로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식의 동어반복에 그쳐왔다. 이와 달리 '베테랑' 시리즈는 1편의 이야기를 2편에서 적극 이어 받는 것은 물론이고 그 스토리를 발전시켜 몇 걸음 더 내딛음으로써 이 영화가 시리즈물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의미를 분명히 한다. 1편과 2편에 대한 호불호는 막을 수 없겠지만, 이 호오로 인해 각 영화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올라간다고 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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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는 전작이 의도와 무관하게 불러 일으킨 정의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으려 한다. 정의를 참칭하는 박선우는 왜곡되고 곡해된 서도철이다. 요컨대 두 사람은 짝패다. 박선우가 서도철에게 "조태오 잡는 모습을 보고 경찰이 됐다"고 하는 것이나 "우린 좋은 팀이 될 거다"라고 말하는 건 전작에서 서도철이 추구한 올바름이 어떻게 와전될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서도철이 "나도 젊었을 땐 사고 많이 치고 다녔다"고 말하는 건 서도철이 추구하는 정의라는 화살이 궤적을 조금만 벗어난다면 박선우라는 과녁에 꽂힐지도 모른다는 걸 암시할 것이다. 그러나 '베테랑2'는 서도철이 "좋은 살인이 있고 나쁜 살인이 있어? 살인은 그냥 살인이야"라고 일갈하게 함으로써 1편과 2편에 걸쳐 서도철이 보여주려 했던 정의와 박선우가 지향하는 유사 정의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는다.

'베테랑2'가 보여주려는 건 서도철이 박선우를 잡아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파민이 아니라 서도철이 박선우를 마주한 뒤 통감하는 자괴감이다. "나와 같은 과"라고 "우린 닮았다"며 박선우를 곁에 둔 게 바로 서도철이지 않았나. 그러니까 '베테랑2'는 '베테랑'이 우리 사회 일각에서 공유하는 정의에 대한 그릇된 시각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줬고 그로 인한 혼란에 일조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사과하는 것만 같다. 전작에서 아내가 "당신 아드님이 학교에서 애 팼단다"라고 말하자 "때려서 깽값 무는 건 참아도 쥐어 터져서 병원비 내는 건 못 참는다"고 했던 서도철은 그래서 후속작에서 학교 폭력을 당해 얼굴이 엉망이 된 아들에게 "아빠가 생각이 짧았다"고 사과한다. 그리고 서도철은 죽은 것만 같은 박선우를 어떻게든 살려내서 자신의 정의가 아닌 법이라는 제도로 심판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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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류 감독은 '베테랑'이 앞세웠던 정의가 일부 변질되는 과정에 미디어와 대중이 책임져야 할 일들이 있다고 짚고 넘어간다. 살인마 박선우를 정의의 사도 해치로 격상해 명명한 건 정의부장TV를 운영하는 전직 기자 박승환(미디어)이었다. 이 유튜브 채널의 선동을 비판 없이 받아 들이고 해치의 행각을 정의라고 추어올리며 그의 범죄에 사실상 가담했던 게 정의부장TV 구독자(대중)였다. 박선우는 말한다. "난 내가 해치라고 한 적이 없는데요." 그렇다면 이번 작품이 보여주는 사건 현장에 유독 구경꾼이 많고 그들의 스마트폰이 횡행하며 사이버렉카가 판을 치는 건 단순히 세태를 보여주거나 그럴싸한 그림을 만들기 내기 위한 디테일이라고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서도철과 강력범죄수사대 팀원들은 사람들에게 말한다. "그만 찍으세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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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해리' 시리즈에서 서부의 경찰 해리 캘러핸을 연기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용서받지 못한 자'(1992)에서 은퇴한 서부의 무법자 윌리엄 머니가 돼 '더티 해리'에서 수도 없이 퍼부어 댔던 폭력을 반성하고 서부극 자체를 되돌아 보려 했다. 말하자면 '베테랑2'는 류승완의 '용서받지 못한 자'다. '용서받지 못한 자'가 그랬던 것처럼 '베테랑2' 역시 '베테랑' 뿐만 아니라 '베테랑' 이후에 쏟아져 나온 정의 구현 사이다 액션물 전체를 반추하고 있는 것만 같다. 류 감독의 새 영화가 지난 영화만큼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단점이 없지 않은 영화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흥행과 무관하게 '베테랑2'가 한국 액션영화 범위를 한 폭 넓히고, 한국 액션영화의 틀에서 일보 전진했으며, 한국 시리즈 영화의 한 단계 진화를 이뤄낸 작품이라는 건 분명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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