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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美 '생물보안법'…K바이오 반사이익 볼까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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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바이오 견제' 목적…상원 본회의·대통령 승인 절차 남아

삼바·셀트리온·에스티팜 등 CDMO 경쟁력 강화 나서 '눈길'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중국 바이오 기업 견제를 목적으로 추진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미국 하원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에 대한 반사이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생물보안법 유예 기간이 남은 만큼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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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국기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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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이 지난 9일(현지 시간) 본회의를 통해 찬성 306표, 반대 81표로 생물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생물보안법은 하원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법안 중 논란의 여지가 없는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는 '규칙정지(Suspension of the Rules)' 법안으로 지정돼 표결이 진행됐다.

생물보안법의 제정까지는 상원 본회의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이 남은 상태다. 해당 법안이 올해 4월 상·하원 상임위원회를 모두 통과한 점을 고려하면 상원 본회의에서도 막힘 없이 승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상원도 생물보안법 제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생물보안법이 최종적으로 통과될 확률을 70%로 내다봤다.

생물보안법은 올해 초 미국 의회가 지정한 중국 바이오 기업 견제 목적으로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발의됐다. 규제 대상은 우시그룹 산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텍, 유전체 장비 제조‧분석 기업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와 컴플리트지노믹스, MGI 등 5개다. 생물보안법에는 중국 제약사의 유전 정보 수집 제한은 물론 미국 연방과의 계약, 보조금 및 대출 등 자금을 제공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이 실행되면 관련된 기업들은 오는 2032년 1월 이후 미국 시장에서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생물보안법 제정 배경은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이 미국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라는 해석이 많다. 미국 국민의 유전 정보가 중국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즉 미국에 적대적인 외국 바이오 기업과 계약을 못 하게 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를 사전에 제거하겠다는 의미다. 틱톡 모회사인 중국기업 바이트댄스의 미국 퇴출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의 중국 위탁 개발과 생산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미국바이오협회(BIO)가 조사한 결과, 미국 기업 124곳 중 79%가 중국에 기반을 둔 CDMO 업체 또는 중국이 소유한 제조업체와 최소 1개 이상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업계는 법안의 최종 통과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중국 의존도가 79%로 조사된 만큼, 중국 기업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은 늦어도 2032년까지 새 파트너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생물보안법으로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는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있다. 실제 생물보안법 추진 소식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관련 수주 문의가 크게 늘어났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 6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4 바이오USA'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생물보안법 추진으로 회사에 들어오는 수주 논의가 2배 급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월 미국 소재 제약사와 역대 최대 규모인 10억6000만달러(한화 약 1조46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는 회사의 지난해 전체 수주 금액인 3조5009억원의 40%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4월 준공을 목표로 18만ℓ 규모의 신규 제5공장을 건설 중이며, 완공 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4ℓ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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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2회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신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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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밀러가 주요 사업인 셀트리온도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회사는 신규 사업으로 CMDO를 선택하고 이를 본격화할 계획을 알렸기 때문이다. 서정진 회장은 지난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2회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 좌담회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제품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제조소 증설은 불가피하며, 국내 또는 해외 신규 공 확보와 관련한 결정은 연내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시설은 셀트리온이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 형태로 운영해 CDMO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의약품 개발·임상·생산·허가·판매 등 전 단계에 걸친 노하우를 맞춤 서비스로 제공함으로써 CDMO 경쟁력이 높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CDMO에서 후발주자인 것은 맞지만, 그간 서 회장이 몸소 보여준 영업력과 사업 추진력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 무대에서 CDMO 사업 추진을 공언한 것은 이미 관련 전략이 갖춰진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말했다.

원료의약품 CDMO 사업을 하는 에스티팜은 최근 연달아 수주에 성공하며 생물보안법안의 수혜를 받고 있다. 특히 에스티팜은 지난달 연간 수조 원대 매출을 기록 중인 블록버스터 신약의 '저분자 화학합성 의약품(small molecule)' 공급사로 선정됐다. 파트너사는 계약에 따라 비공개이나, 글로벌 10위권에 드는 제약사다. 이번 선정은 기존 중국 기업에서 에스티팜으로 변경된 것으로, 그동안 중국이 공급하던 원료를 에스티팜이 가져오게 됐다. 원래 올해 말 공장 실사 후 원료공급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생물보안법 하원 본회의 통과 무게가 실리면서 예상보다 빨리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생물보안법의 유예 기간 동안 중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원료의약품의 경우 인도와 경쟁할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이 자국 생산을 중요시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위치한 공장이 장점이 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여기에 대비를 하고 국가에서도 외교력을 발휘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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