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 국내사업본부는 지난 주 전국 15곳의 BYD 전시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점포를 전기차 전용 전시장으로 만들기로 확정하고, 전국 지역 본부에 이 같은 방침을 하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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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열린 BYD 승용 브랜드 런칭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조인철 BYD 코리아 승용부문 대표가 아토3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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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현재 강남대로지점 등 일부 전시장에 전기차 전시 공간을 두고 있지만, 전시장 전체를 전기차 중심으로 구성한 곳은 없다. 처음으로 조성하는 전기차 전용 전시장을 BYD 전시장 인근에 표적 배치하는 것은 국내에서 BYD가 자리 잡기 전에 견제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특화 전시장을 만드는 것은 경쟁사와 비교해 높은 품질과 디자인,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에서 결정됐다”며 “이 곳을 체험하는 고객들은 전기차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수 있지만, 하이브리드차와 내연기관차에 대해서도 직원의 설명을 받고 구매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BYD는 지난 16일 국내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올해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아토3와 중형 세단 실(SEAL), 중형 SUV 시라이언7 등 3종의 모델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판매 차종이 수요가 많은 준중형·중형급 모델로 구성된 데다, 가격도 동급의 현대차 모델보다 1000만원가량 저렴하게 책정돼 얼마나 수요가 몰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가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BYD가 국내에서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대면 판매 전략을 가동한다는 점이다. BYD는 진출하는 국가마다 현지 딜러사와 손잡고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기차 불모지로 꼽히고 해외 브랜드에 배타적인 일본에서도 BYD는 2023년 진출 이후 빠르게 대리점을 늘리면서 지난해 닛산, 테슬라, 미쓰비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BYD는 국내에서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인 DT네트웍스와 삼천리EV 등 6개 딜러사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딜러사들은 BYD 차량의 판매는 물론 사후 서비스(A/S)와 고객 관리 등을 담당한다. BYD는 이미 문을 연 15개 전시장 외에 서비스센터도 순차적으로 12곳을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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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지난해 11월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골드스테인 하우스에서 첫 공개한 전기차 대형 SUV 아이오닉9. 이 차는 다음달 국내에서 출시된다. /현대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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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BYD의 국내 진출에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전기차 사업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BYD 등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줄이려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했다.
가뜩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연이은 악재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BYD의 국내 진출로 ‘안방’을 사수하는데도 비상이 걸린 것이다.
현대차는 다음달 대형 SUV인 아이오닉9을 시작으로 5월에는 수소전기차 넥쏘의 완전변경모델인 이니시움을, 9월에는 중형 세단 아이오닉6의 부분변경모델을 각각 출시할 계획이다. BYD 전시장 가까이에 전기차 전용 전시장을 열겠다는 것은 새로 선보이는 신차가 BYD보다 기술과 디자인 등 여러 측면에서 훨씬 앞선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적극 드러내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많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BYD는 다른 중국 전기차와 달리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는 브랜드”라며 “현대차 등이 초반부터 견제에 나서지 않을 경우 입소문을 타고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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