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본회의까지 밀어붙이려다 禹 제동
"추석 연휴엔 의료대란 해결에 힘 모아야"
'19일 카드' 절충안 꺼내 들며 野 달래기
禹 "욕먹을 각오" 정청래 "경악스럽다"
추경호 "국회는 민주당 의총장 아냐"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 퇴장 속에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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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채 상병 특별검사법과 지역화폐법을 둘러싸고 극한으로 치닫던 여야 대치가 추석 연휴 이후로 잠시 미뤄지게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명절 연휴에는 정부와 여야가 의료 공백 사태 해결에 집중하자"며 당초 야당이 밀어붙이던 12일 본회의 법안 상정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강제 휴전' 상태에 들어간 셈인데, 중재자를 자처한 우 의장 결단에 여야가 협치의 기회를 살릴 시간을 벌게 됐다.
'중재자' 우원식의 결단, '김건희보다 국민 생존권 우선'
우원식 국회의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다 잠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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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여야의 시선은 온통 국회의장실에 쏠렸다. 추석 연휴 직전 열리는 12일 본회의에 야당이 밀어붙이는 쟁점법안 3개를 상정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우 의장의 선택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여야는 종일 각자의 입장에서 우 의장을 압박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고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어느 것 하나도 뺄 수 없다. 3개 법안 모두 상정 목표"(강유정 원내대변인)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우 의장을 몰아세웠다. 야당의 노골적 '독주' 선언에 여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연휴 내내 필리버스터'라고 공언하며 배수진을 쳤다. 국회 법사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우 의장이 내일 법안을 상정한다면 국민의힘 의원 누구로부터 인사받지 못하는 불명예스러운 의장으로 남을 것"이라며 인사 보이콧까지 경고했다. 그간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에게 인사 예법을 강조해온 우 의장을 겨냥한 '도발'이었다.
우 의장은 장고를 거듭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우 의장의 선택 기준은 오로지 국민 눈높이, 민심"이라고 말했다. 고심 끝에 내린 우 의장의 선택은 '민생'이었다. 우 의장은 오후에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지금 국회의 가장 큰 책무는 한시라도 빨리 의정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여야의정협의체 가동에 역량을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서도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정부와 여야 누구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의료대란 문제를 명분으로 정면 돌파에 나선 셈이다.
당초 우 의장은 김 여사를 둘러싼 국민적 의혹이 높다는 점에서 법안 처리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대란 위기가 고조되고, 여야의정협의체가 급물살을 타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김건희특검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존권이 더 중요하지 않겠냐"(의장실 관계자)는 것이다. 어렵사리 조성된 협치 테이블을 국회가 먼저 걷어차는 그림을 만들 수 없다는 판단이다.
12일도 26일도 아닌 절묘한 '19일 카드'', 野 "경악" 반발
우원식(왼쪽부터)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의장접견실에서 제22대 국회 개원식을 앞두고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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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의장은 야당이 밀어 올린 3건의 쟁점법안 처리 시기와 관련, 추석 연휴 직후인 '19일 카드'를 꺼냈다. 협상 명분을 쌓을 시간을 보장해주면서도 마지노선을 못 박아 친정인 민주당 반발을 무마하려는 절충안으로 해석됐다. 김건희 특검법에 새로 추가된 공천 개입 의혹과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문제를 마냥 미룰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경악스럽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국회의장도 1명의 국회의원일 뿐이다. 안건조정위까지 거친 법안을 올릴지 안 올릴지 개인적으로 판단하는 건 지나치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앞으로 협조는 어렵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는 민주당 의총장이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우 의장이 꺼낸 19일 본회의 일정에 대해서도 "합의된 바 없다"며 유감의 뜻을 밝혀 여야의 휴전은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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