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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삼성 공장서 피폭돼 '손가락 절단 위기' 피해자 "중대재해법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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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방사선에 피폭당해 '손가락 절단' 위기를 겪은 피해자가 삼성전자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에 촉구했다.

삼성전자 피폭 피해자 이용규 씨는 양 손을 의료붕대로 감은 채 1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삼성전자와 근로복지공단은 현재 중대재해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방사선 피폭 화상 부상이 '질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관련기사 :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직원 2명 방사선 피폭…원안위 조사 착수)

앞서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 기흥공장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노동자 2명이 기준치의 188배를 웃도는 방사선에 피폭당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피폭 피해자 중 한 명인 이 씨는 지난 8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의 손 사진을 올리며 "손가락 7개 절단 보류 대기 중이며 피부는 괴사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다행히도 현재까지 손 외에는 괜찮아 보이나 계속 불안한 삶을 이어오고 있다"고 썼다.

앞서 이 씨는 지난 7월 '업무상 사고'로 산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를 승인했다. 이 씨가 이를 문제 삼은 것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구분이 삼성의 법적 책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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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피폭 피해를 이용규 씨.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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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상 '중대산업재해'는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적용하는 개념이다. 노동자 2명이 피폭당한 산재를 중대재해법상 '사고'가 아닌 '질병'으로 규정하면 '3명 이상'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법 적용 가능성이 사라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노동부에 방사선 피폭 피해는 '질병에 해당해 중대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구분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사고(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의 결함·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 등)'와 '업무상 질병(업무 중 화학물질 등에 노출돼 발생한 질병 등)'의 정의에 따른 것으로, 해당 판단이 중대재해법상 '사고'나 '질병'의 정의와 호환된다는 법리나 판례가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부가 이번 피폭 산재를 중대재해법상 '사고'로 보면, 삼성전자에 중대재해법을 적용할 수 있다.

불편한 몸으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 씨는 "화상 부상을 화상 '질병'이라고 하지 않는다. 저는 명확하게 3도 화상을 진단 받았고, 3년 이상 치료 소견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저는 노동자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국가와 정부 기관은 헌법과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을 보호하고 공정한 판단을 내릴 의무가 있다"며 중대재해 인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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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피폭 피해자 이용규 씨가 11일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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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노도 "이번 사고는 안전장치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생한 일회성 '사고'이고, 한국원자력의학원도 분명히 피해자의 화상은 '부상(injury)'이라는 소견을 냈다"며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질병'으로 처리한 것은 부당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동부가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고, 이번 피폭 사고를 중대재해로 인정해야 한다. 또한, 삼성전자가 이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범진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이번 피폭 산재의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와 관련 "산재 처리를 하면서 (이 씨의 피폭을) '질병'이라고 했기 때문에 '질병'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며 "그러나 법률적으로 산재보험법상 '질병'과 중대재해법상 '질병'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명백한 '사고' 상황을 산재보상 행정처리 과정에서 '질병'이라고 했다고 중대재해법상으로도 '질병'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만큼 편파적인 법률 해석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금석"이라며 "대한민국의 가장 큰 기업인 삼성전자가 어떤 문제를 일으켰을 때 '법의 공정한 잣대 위에서 평가될 수 있냐. 그래서 처벌될 수 있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중대재해법의 의의와 직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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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흥공장 피폭 피해자 이용규 씨의 손. 전국삼성노동조합 홈페이지 갈무리.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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