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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단독] 티메프 사태 재발?… 부실 전금업자 14곳, 미정산금만 20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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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에서 조속한 정산 및 환불 조치, 구영배 큐텐 회장 등 관련자 수사를 촉구하는 검은 우산 집회를 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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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와 같은 부실 전자금융업자 14개사가 판매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미정산 자금이 지난해 말 기준 2000억원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3년 12월 말 전자금융업자 점검 결과 및 대응 방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경영지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전자금융업자 14개사의 미정산 자금은 2011억원이다.

14개사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결제대금예치업(에스크로·Escrow), 전자고지결제업(EBPP)을 하는 업체다. PG를 겸영하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도 포함됐다. 티몬과 위메프를 합친 부실 전자금융업자 16개사의 미정산 자금은 총 5448억원이다.

경영지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전자금융업자는 자본잠식에 빠졌거나 유동성 악화로 부실이 우려되는 업체를 일컫는다. 전자금융감독규정 63조(전자금융업자 경영지도기준)에 따르면 전자금융업자는 자기자본이 항상 0을 초과해야 하며,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 20% 이상, 유동성 비율 최소 40% 이상이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지키지 못한 전자금융업자는 총 25개사다.

이들 업체 중 미정산 자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위메프(2878억원)였다.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은 14개사 중 미정산 자금이 1341억원인 곳도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티몬(559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또 다른 업체의 미정산 자금은 498억원이었다. 금감원은 티메프를 제외한 전자금융업자의 업체명은 가리고, 업체별 미정산 자금과 정산 주기만을 공개했다. 대부분 업체의 정산 주기는 1~7일 사이로 짧은 편이었으나, 최대 30일인 곳도 있었다. 티몬은 40~70일로 정산 주기가 가장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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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금융감독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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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미정산 자금을 보호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부실 PG사 등이 파산하면 판매자는 정산 대금을 고스란히 잃을 수밖에 없다. 또 티메프처럼 미정산 자금을 함부로 끌어다 써도 이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구조다. 금감원은 이 자료에서 “미정산 자금에 대해 법적 강제력 있는 보호 조치가 부재해 PG사 등 파산시 가맹점 및 이용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는 티메프 사태가 터진 뒤에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에 나섰다. 금융위는 지난 9일 PG사가 정산 자금 전액을 예치, 신탁 등의 방식으로 별도 관리하도록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민병덕 의원은 “금융위는 이 업체들의 미정산 잔액과 정산 주기의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입을 닫고 있었던 것”이라며 “정산 주기 의무화를 반대해 왔던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 전자금융업자란

전자적 장치 등을 통해 금융 상품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뜻한다.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자,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등이 포함된다.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몬과 위메프는 전금업자로 등록돼 있어 2년 전부터 금감원과 경영개선협약을 맺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티몬·위메프 사태에서 금융 당국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보연 기자(kby@chosunbiz.com);김태호 기자(t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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