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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트럼프 "최악 인플레, 달걀도 못사" 해리스 "트럼프 되면 경기침체" [미 대선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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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대선 TV 토론에서 경제ㆍ이민ㆍ낙태ㆍ외교 등 국내외 현안마다 정면 충돌했다.

첫 토론 주제 경제ㆍ물가를 놓고부터 둘은 예열 과정 없이 곧바로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경제가 4년 전보다 나아졌다고 보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해리스 부통령은 “저는 ‘기회경제’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중산층과 근로자 삶을 향상시키려는 계획을 가진 사람”이라고 자처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그는 일상용품에 20% 세금을 부과하는 ‘트럼프 판매세’ 계획을 갖고 있다. 억만장자 감세 비용을 중산층 부담으로 메우려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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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맞붙은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판매세 계획은 없다”고 부인한 뒤 “우리는 최악의 끔찍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시리얼이나 베이컨, 달걀 등 어떤 것도 살 수 없다”고 맞받았다. 다시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대 MBA) 와튼 스쿨은 트럼프의 계획이 재정적자를 폭증시킬 것이라 하고 16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트럼프 경제 계획이 내년 중반 경기 침체를 부를 것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해리스는 마르크스주의자. 그녀의 아버지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교수이고 그녀를 가르쳤다”고 주장했다. 자메이카 출신 해리스 부친은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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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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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낙태권 이슈



두 후보의 설전이 가장 뜨거웠던 대목은 낙태권 이슈였다. 트럼프에 불리한 주제로 꼽혀온 만큼 대체로 트럼프가 수세적 입장에서 방어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트럼프는 “낙태에 관한 한 민주당은 너무 급진적”이라며 “해리스가 선택한 부통령 후보(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임신 9개월까지 낙태는 괜찮다고, '출생 후 처형'(execution after birth)도 괜찮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트럼프는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무효화할 의도로 (보수 성향의) 연방 대법관 3명을 직접 뽑았다”며 “트럼프의 ‘프로젝트 2025’에는 전국적인 낙태 금지, 임신과 유산을 감시하는 모니터링이 포함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2025는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만든 보수 정권 정책 제안 보고서다.

트럼프는 “낙태 금지에 대해 저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행자가 “전국적인 낙태 금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느냐”고 묻자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한 발 뺐다. 해리스는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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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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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정책 이슈



해리스에게 불리한 이슈로 여겨진 이민과 국경 안보를 놓고서는 트럼프가 역공을 폈다. 해리스는 "(검사 시절) 총기ㆍ마약ㆍ인신매매 등 국경범죄 조직을 기소한 사람"이라고 자처하면서 “미 상원에서 보수적 의원들이 냈고 저도 지지하는 국경강화 법안이 나왔는데 트럼프가 의원들에 전화를 걸어 폐기하라고 했다. 국경 문제를 풀기 보다 문제를 일으키는 쪽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는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선 불법 이민자들이 사람들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고 있다”며 “그들(조 바이든 행정부)은 수백만 명의 범죄자(입국)를 허용했다. 베네수엘라와 전 세계 범죄가 감소하는 대신 이 나라 범죄는 지붕을 뚫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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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미국 대선 주요 일정 그래픽 이미지.





외교 정책 이슈



동맹을 중시하는 해리스와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 온 트럼프는 외교안보 현안을 놓고도 격하게 대립했다.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 해법과 관련해 해리스는 “이스라엘에는 자위권이 있다”면서도 “무고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너무 많은 죽임을 당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휴전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의 안전ㆍ자결권ㆍ존엄이 보장되는 ‘두 국가 해법’ 지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해리스는 이스라엘을 싫어한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한 뒤 “전 세계 독재자들이 트럼프의 재선을 응원하는 것은 아첨과 환심으로 그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고 역공했다. 트럼프는 “푸틴은 지난주 해리스가 이기기를 바란다고 했다. 진심인 것 같다”며 비아냥댔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길 바라느냐”는 진행자 물음에 즉답을 피한 채 “나는 전쟁이 멈추길 원한다”고 했다. 진행자가 다시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는 것이 미국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하느냐. 예 아니오로 답해 달라”고 하자 트럼프는 다시 “이 전쟁을 끝내는 게 미국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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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해리스와 트럼프는 트럼프 추종자들이 일으킨 2021년 1ㆍ6 의사당 난입 사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는 “당시 평화적이고 애국적으로 (시위)하라고 했다”며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과 워싱턴 DC 시장이 제 역할을 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해리스는 “당시 대통령(트럼프)은 폭력적인 군중을 선동해 의사당을 공격하고 모독했으며 140명의 법 집행관이 부상했다”며 “1월 6일이 어땠는지 기억하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기후변화 이슈를 놓고도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해리스는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한다”며 “하지만 극심한 기상이변을 겪은 곳에 사는 사람 중 주택보험가입이 거부되거나 보험료가 인상된 사람에게 물어보라. 이 문제는 현실이 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제 멕시코에 대규모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라며 청정에너지 중시 정책 폐기 방침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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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발언…“돌아가선 안돼”vs“실패한 나라”



2분씩 주어진 마무리 발언에서 해리스는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며 ‘미래’를 얘기했고 트럼프는 “미국은 실패한 나라가 됐다”며 현 정부 실정을 각인시키는 데 주력했다.

가상 동전 던지기로 정한 순서에 따라 먼저 발언한 해리스는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은 여러분을 걱정하고 자신을 우선시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저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해리스는 그 모든 멋진 일들을 하겠다고 말하는데 3년 반 동안 왜 아직 하지 않았는가”라며 “해리스는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미 역사상 최악의 부통령”이라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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