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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주담대 증가세 잡히자 ‘은행 대출문’ 다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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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시중銀 주담대 570조11170억

6영업일 만에 1조4554억원 늘어

일평균 증가세는 ‘반토막’으로 감소

자율관리 은행, 실수요자 대출재개

헤럴드경제

가계빚 관리를 위한 ‘대출 조이기’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잡히기 시작했다. 여기에 감독당국이 정부와 결을 맞춰 ‘강한 개입’에서 태도를 바꿔 은행권의 ‘(가계대출) 자율관리’를 주문하자, 대출 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각 은행들은 속속 1주택자들의 갈아타기를 허용하는 등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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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주담대 하루평균 증가 ‘반토막’=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27조2313억원으로 지난 8월 말(725조3642억원) 대비 6영업일만에 1조8671억원 증가했다. 주담대의 경우 같은 기간 1조4554억원 증가해 570조1170억원의 잔액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잔액 증가분을 일평균으로 계산할 시, 증가세는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가계대출 잔액이 일평균 4584억원, 주담대가 4244억원씩 불어났다면, 9월 들어서는 그 증가세가 가계대출 3112억원, 주담대 2426억원으로 진정됐다. 8월은 총 21영업일, 9월은 6영업일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수치다.

이는 정부가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시행하면서,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한도를 줄인 영향이 크다. 특히 집값 상승으로 인해 대출 증가와 이에 따른 금융 불안정이 우려되는 수도권 지역에 한해서는 1.2%포인트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을 더 조였다.

여기에 감독당국이 가계빚 관리를 더 압박하자 은행들이 유주택자의 주담대 빗장을 걸어잠근 것도 증가세를 잠재우는 데 힘을 보탰다.

▶은행별 자율관리 맡긴...실수요자에 대출 문 열려=가파르게 증가하던 가계빚이 숨고르기를 하는 것도 은행의 대출 숨통을 트이게 했지만,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도 실수요자들의 대출 우려를 덜게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두 달 가까이 대출규제 관련 발언을 이어오던 데에서 입장을 바꿔 “가계대출 급증세와 관련해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국민이나 은행 창구 직원에게 불편과 어려움을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감독당국이 ‘강한 규제’ 적용을 강조하자, 실수요자들이 대출 문이 막힌 것을 우려한 ‘패닉(공황 대출’을 일으켜 가계빚 증가를 더 자극했다는 비판이 있던 터였다.

상황이 이렇자 각 은행들은 각자 ‘기존주택 처분조건’, ‘결혼 예정자’ 등 실수요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대출 규제 예외사항을 발표하고 나섰다. 실수요자에게도 획일적으로 닫혔던 대출문을 다시 열고 있는 것이다.

먼저 KB국민은행이 전날 가계대출 규제에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사항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1주택 소유 세대 대출 제한에 대해 처분조건·결혼예정자 등을 예외로 한 게 골자다. 우리·신한은행도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규제에 이같은 실수요자 예외 적용 방침을 밝혔다.

신한은행의 경우 전날부터 주택 신규 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무주택 세대에만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신규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실행 당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처분조건부 대출은 허용한다. 임차보증금 반환목적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도 1억원을 초과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우리은행도 지난 8일 ▷결혼예정자가 수도권에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차하는 경우 ▷대출 신청 시점으로부터 2년 내 주택을 상속받은 경우 등에 대해 주담대를 취급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수도권 지역으로의 직장 변경 ▷수도권 학교로의 자녀 진학 ▷수도권 내 통원 치료 ▷60세 이상 부모 봉양 목적일 때는 1주택자라도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할 수 있게 했다. 또 이혼 소송 진행 등 다양한 실수요자 사례에 대해서도 대출 허용 방침을 밝혔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공통적으로 대출 실수요자 피해와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실수요자 심사 전담 조직’을 운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당국 “은행 자율 관리 효과...10월·11월 수치 봐야”=다만 금융당국은 당장 주담대 수치가 안정화되고 있다고 해서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은행장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9월도 중요하지만 10월과 11월의 가계대출 흐름을 봐야한다”며 “이달과 내달까지 나타나는 대출 규제정책 및 은행의 자체적인 여신심사 정밀화 효과는 시간을 두고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에도 자율적이되, 동시에 빈틈없는 대출관리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비공개 회의에서도 2021년 농협은행에서 시작된 은행권 ‘대출 절벽’ 사태를 언급하며 가계대출 관리목표를 반드시 준수해달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적극적인 주담대 영업에 대해서도 “서운하다”고 언급하며 증가속도 조절에 대해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주담대 대출 감소와 달리, 신용대출의 경우 유일하게 일평균 증가분이 오히려 늘었다. 지난 9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9971억원으로, 지난 8월 말(103조4562억원) 대비 5409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은 지난 8월 한 달 동안 일평균 404억원씩 늘었는데, 이달 들어서는 901억원씩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두 배 이상 가파라진 것이다. 은행들이 주담대 문턱을 높이자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쏠렸다는 분석이다. 홍승희·김광우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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