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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배달로 팔면 남는 게 없는 이유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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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타코 3개를 10달러에 팔면 얼마가 남을까요? 'Revenue Management Labs'라는 캐나다 컨설팅 회사 분석에 따르면, 식재료비는 3.2달러, 임대료와 인건비, 공과금, 포장비 등을 포함한 고정비는 5.3~6.3달러입니다. 고정비를 얼마나 아꼈느냐에 따라 타코 3개를 팔아 남긴 순이익은 최소 0.5달러, 많게는 1.5달러가 됩니다.

같은 타코 메뉴를 배달 앱으로 팔면 어떻게 될까요? 참고로 10달러짜리 타코의 매장 가격은 온타리오 주 부가세 13%가 붙어 11.3달러입니다. 그런데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할 경우,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금액은 19.4달러로 72%나 증가합니다. 이는 다양한 추가 수수료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소액 주문 수수료 2달러, 플랫폼 서비스 수수료 1.15달러, 배달 수수료 0.99달러, 배달 기사 팁 1.73달러, 그리고 세금 2.03달러가 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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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배달 앱 소비자가 지불한 돈은 72% 늘었는데, 레스토랑 이익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최악의 경우 0.87달러의 손실, 즉 -7.6% 수익률을 보게 됩니다. 매장에서 팔았을 때보다 훨씬 못한 결과가 나온 건 레스토랑이 배달 앱에 내야 하는 25%의 수수료 탓이 큽니다. 참고로 DoorDash, UberEats, GrubHub, Postmates 등 글로벌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는 15~30%입니다.

배달로 팔았을 때 남는 게 없는 현상은 캐나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앤컴퍼니의 2021년 보고서 ‘Ordering in: The rapid evolution of food delivery’는 이 문제의 보편성을 지적합니다. 배달 플랫폼이 등장하기 이전에 레스토랑의 평균 수익률은 7~22%였습니다. 그런데 15~30%에 달하는 배달 앱 수수료가 이러한 마진을 잠식했습니다.

배달 앱의 레스토랑 마진 잠식과 관련해 맥킨지가 미국 레스토랑협회 통계를 토대로 한 분석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배달 주문 고객이 평균적으로 지불한 34.4달러 중 레스토랑이 얻는 순이익(contribution margin)은 고작 0.7달러, 즉 2% 미만입니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11.1달러)에 배달 기사 팁(3.9달러)을 더하면 배달 관련 비용 비중은 고객 지불액의 43.6%에 달하는데, 이는 레스토랑 수익을 크게 악화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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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는 레스토랑의 전통적인 수익률이 7~22%인데, 그보다 훨씬 높은 배달 플랫폼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현실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한 가지 예외가 있는데, 와인이나 알코올 음료 같이 마진 높은 품목을 주문하는 고객이 많아서 배달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경우뿐이라는 겁니다.

기존 레스토랑 비즈니스와 배달 비즈니스는 서로 이익이 상충됩니다. 이에 많은 레스토랑이 배달과 매장 판매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최선은 무엇일까요? 아래 그래프는 맥킨지가 레스토랑의 매장 내 판매와 배달 판매 간의 균형이 수익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것입니다.

배달 판매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체적인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매일 1,500달러 매출을 내는 두 가게가 있습니다. 매장과 배달 판매 비중이 대략 반반(점 A)인 가게는 –5%라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여주지만, 100% 매장 판매(점 B)의 경우 8% 수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즉, 매장 내 판매가 여전히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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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많은 레스토랑이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단지 현실에선 매장 판매만 고수할 수 있는, 경쟁력 갖춘 레스토랑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죠. 그래서 높은 수수료를 매기는 배달 앱에 대한 대응은 전 세계적으로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타납니다.

먼저,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입니다. 레스토랑 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배달 판매 가격을 매장보다 비싸게 책정하는 ‘이중 가격’ 전략입니다. 미국의 경우 작년 고든 해스켓 리서치 어드바이저(Gordon Haskett Research Advisors)가 25개 유명 레스토랑 브랜드의 배달 음식 가격을 조사했더니 매장보다 약 20%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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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2021년 영국 소비자 감시 단체인 ‘ Which?’는 배달 앱 가격이 매장보다 평균 31% 더 비싸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배달 앱 딜리버루에서 어느 멕시코 레스토랑의 부리토와 타코 판매 가격은 43.94파운드로, 매장보다 무려 44%까지 높았다는 겁니다. Pizza Express와 KFC도 배달 가격이 매장보다 26%, 19% 각각 더 비싼 걸로 조사됐습니다.

두 번째는 정부 차원의 대응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2021년 배달 앱 수수료 상한선을 15%로 제한했습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당국은 “우리는 음식 배달 앱의 착취적이고 약탈적인 관행으로부터 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시애틀과 뉴욕 시도 수수료 상한을 도입했습니다.

이에 대해 배달 플랫폼들은 정부의 수수료 제한이 자유로운 협상 계약을 방해해 위헌적이며, 부당한 정책으로 큰 경제적 손해를 입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배달 플랫폼 주장도 근거는 있습니다. 앞서 맥킨지가 높은 배달 플랫폼 수수료에 대해서도 분석했는데, 결론은 취약한 수익성 구조에 기인한다는 겁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여타 물류 운송과 달리 음식 배달은 다음과 같은 비효율 요소들이 플랫폼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걸로 분석됐습니다.

①라스트마일 배달: 최종 목적지까지의 배달은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감
②개별 배달: 각 주문마다 별도의 배달이 필요해 비효율적임
③시간 압박: 음식은 빨리 배달돼야 해서 효율적인 경로 설정이 어려움
④변동성: 주문량과 교통 상황 등이 수시로 변해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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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경제는 이미 우리 일상이 됐고 앞으로 편리함을 찾는 소비자들 계속해서 많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레스토랑과 배달 플랫폼이 이익 상충 관계에만 계속 머무른다면 둘은 끊임없이 수수료 파이 다툼을 하며 피곤하게 대립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더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협력 모델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과 배달 플랫폼 간의 협력 모델을 재구축할 수 있습니다. 수수료 구조를 주문량이나 고객 충성도에 따라 차등 적용하거나, 데이터 공유를 통해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배달 플랫폼이 수수료 구조라든가 주문 물류 빅데이터 공유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레스토랑 자영업자도 혁신이 필요합니다. 배달 수요를 잡겠다고 목표로 했다면, 소위 '클라우드 키친' 같은 공유 주방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고정비를 극한으로 절감하거나, 배달 플랫폼과 빅데이터를 연계해 주문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재고 관리를 최적화하는 시스템 개발에 노력해야 합니다. 정책 입안자들도 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단순한 수수료 규제를 넘어, 공정 경쟁을 촉진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기술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균형 잡힌 접근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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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글로벌 배달 플랫폼과 관련해 해외 사례 위주로 배달 수수료 논란과 해법을 살펴봤습니다. 국내 상황은 외국과 비교해 자영업 비중이 훨씬 크고, 배달 수수료 체계나 배달비 등에 대한 소비자 부담 문화가 다르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영업자와 배달 플랫폼 간 갈등 배경과 양상은 근본적으로 공통점이 많습니다.

배달 경제의 성장은 피할 수 없는 트렌드입니다. 이 성장은 레스토랑과 배달 플랫폼,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협력과 혁신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편리하게 즐기면서도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생계가 위협 받지 않도록 균형점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당면한 과제입니다.

임태우 기자 eigh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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