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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컨설팅비에 수백 썼는데 증원 백지화?" 의대 수험생·부모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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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건물에 의대 입시 홍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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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첫날인 지난 9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증원 백지화’ 입장을 내놓자 의대 지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올해 전국 39개 의과대학 수시모집 인원은 3118명으로 총 모집인원(4610명)의 67.6%나 된다. 내년 의대 신입생 절반 이상을 수시로 뽑는데, 의협 주장대로 정원이 다시 줄면 의대 지원자는 물론 한의대·약대·공대 등 다른 상위권 대학 경쟁률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특히 수시 모집인원이 대폭 늘어난 비수도권 의대 지원자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경기도 남양주 동화고 3학년 김모(18)씨는 수시 원서 6장 중 4장을 비수도권 의대인 가톨릭관동대 캠퍼스·단국대·동국대·동아대에 쓰려다가 의협의 입장 발표를 듣고 고심 중이다. “설마 엎어지겠어” 싶다가도 “정원이 조정될 경우 ‘원서 세팅’을 아예 다시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6개월간 시간당 30~40만원의 컨설턴트를 4차례 받으면서 수시 전략을 짰다. 그는 “두 달 뒤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춰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큰데 플랜B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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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정보 카페 '로물콘·수만휘' 등에 올라온 의대 증원 백지화에 대한 반응.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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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도 발을 구르긴 마찬가지다. 주요 대학 입시정보 카페인 ‘로물콘’과 ‘수만휘’에선 의협의 백지화 입장에 분통을 터뜨리는 댓글에 수십여 개가 올라왔다. “원서 접수가 이미 시작했는데 (의협이) 끝끝내 고집하는 게 맞냐”, “06년생은 인생 망하라는 거냐. 고3 학부모들은 피가 마른다”는 반응이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고3 학부모이자 의사인 A씨는 “그간 2000명 증원엔 반대해 왔지만 당장 내 아이를 대학에 보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니 의협의 태도에 양가적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의대 준비생이 아닌 학생들도 ‘의대 증원 재검토’로 인한 여파를 걱정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서 만난 최모(18)씨는 “한의대까지 노리고 있다”며 “올해 가뜩이나 N수생들이 대거 유입돼 입시 결과 예측이 어려운데 의대 증원 논란으로 또 한 번 영향이 있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학원가는 이 같은 논란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내년도 의대 증원은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목동 유명 수학학원 입시담당자 이모(40대)씨는 “학원을 운영한 이래 수시 모집 요강이 바뀐 건 본 적이 없다”며 “상담하는 아이 중 증원 백지화까지 고려하며 원서를 쓴 학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70명 이상 의대 합격자를 낸 대구 경신고의 김진수 진학부장도 “9월 모의고사가 쉬웠다. 모평 결과에 맞춰 수시 원서를 수정하기도 바쁘다”며 “의정갈등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의협 발표를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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