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 접수를 시작한 9일 오후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한 학원가의 건물에 의대 입시 관련 홍보문이 붙어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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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3 학생 중에 의대 원서를 쓰겠다는 학생들이 늘었습니다. 보통 전교 5등까지 의대를 노렸다면, 올해는 10등까지 지원서를 낼 계획입니다. "
10일 부산의 한 일반고 교감은 올해 의대 입시 경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교장은 “우리 학교에 수능 원서를 접수하러 온 재수생도 매년 80명 선에서 올해 98명으로 확 늘었다”며 “다수의 메디컬 계열(치의·한의·약학·수의대)이나 상위권 대학 자연·이공계열 재학생이 의대로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빈자리를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도 증원을 앞둔 의과대학의 입학 경쟁률이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최대 수십 대 1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도 이날 2030년까지 의대 교육여건 개선에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의료계와 정치권에서 2025학년도 증원 유예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예고된 대입 절차는 차례대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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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접수 이틀 만에 정원 4배 지원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39개 의과대학 중 38곳은 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10일 오후 6시까지 38개교는 모집인원 3047명 대비 1만 3339건의 지원을 받았다. 경쟁률은 4.38대 1이다. 원서 접수 이틀 만에 모집인원의 4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어떻게 달라지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
이날 밤 11시를 기준으로, 올해 신설된 가천대 의대 논술전형은 40명 모집에 2171명이 지원해 54.2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660대 1로 전국 모든 전형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인하대 의예과 논술우수자 전형도 12명 모집정원에 384명이 지원해 벌써 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톨릭대 의예과 논술 전형은 19명 정원에 896명(47.16대 1)이 몰렸다. 논술 전형은 내신 등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 매년 경쟁률이 수십, 수백 대 1 정도로 높은 편이다.
학생부 전형도 순항 중이다.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일반)은 49명 모집에 298명이 지원해 6.0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학생부종합 지역균형전형은 3.56대 1로, 전년 경쟁률 5.33대 1에 가까워지고 있다.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 모집정원이 적은 전형은 경쟁이 더욱 치열했다. 가톨릭대 학생부종합(가톨릭지도자추천) 전형은 2명 모집에 33명이 지원해 16.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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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지원 7만건 선으로 늘듯”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고려대 의대 박평재 교수, 충북대 의대 채희복 교수, 강원대 의대 김충효 교수가 9일 오후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의대 증원 철회를 요구하며 머리를 삭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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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시모집에서 전국 39개 의대는 전년 대비 1166명 늘어난 3118명을 선발한다. 전체 정원의 67.6% 수준이다. 전년 대비 331명 늘어난 1492명 선발하는 정시모집보다 증가폭도 크고 정원도 많다. 교육계에서는 의대 지원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모집 인원이 많아지며 합격선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교생이 100명가량인 부산의 한 일반고 교장은 “통상 학생부 교과 전형 기준 내신이 1.3등급 이하면 의대 원서를 안 썼는데 올해는 1.4~1.5등급까지도 합격권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재학생 중 1~2명 정도가 원서를 더 써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통상 의대 지원은 6만 5000건 정도가 최대치이고 지난해는 5만 7000건 정도였지만 올해는 증원 바람을 타고 7만~8만 건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재민 기자 |
현재 대학 재학 중인 반수생뿐만 아니라 직장인까지도 의대 입시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0대 대기업 직장인이라고 밝힌 글쓴이가 “수능 접수했고 (의대) 수시도 접수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지역 일반고 관계자들도 “작년에 울산대 의대에 붙었던 학생이 더 좋은 의대에 가려고 수능을 다시 보겠다며 학교에 찾아왔다” “타 지역 약대에 붙었던 졸업생이 지난 4일 모의평가 보러 학교에 왔다”고 했다.
2026학년도 증원 원점 논의가 오히려 입시 열기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일산의 한 학원장은 “9월 모의평가 끝나고 의대 원서 쓸 재수생만 20명 정도를 상담했는데 대부분 증원이 철회될 가능성을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절박하게 원서를 쓰고 있다”며 “올해 수시가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수학강사는 “의대 지망생은 (수시 접수 가능 횟수인) 6장 다 의대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절반 이상은 다른 과로 안정 지원하더라도 한두장 정도는 의대로 상향 지원하는 학생도 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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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30년까지 의대에 5조 원 투입”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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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증원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을 발표하면서 의대에 2030년까지 5조 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대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데 2조 원, 전공의 수련과 대학병원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데 3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립대 의대 전임 교원도 3년간 1000명을 증원할 예정이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과거 인문사회대학 R&D 등 소외된 분야를 지원해 온 적이 있긴 하지만 단과대학 단위에 이렇게 크고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교육부는 “2026년 이후 예산 투입은 여건 변화를 고려해 조정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여야 의정협의체를 통해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를 원점에서 논의하자고 의료계에 제안한 상태다. 반면 의료계는 2025학년도와 2026학년도 증원을 유예한 뒤 2027학년도 정원부터 논의하자고 맞서고 있다.
어느 쪽으로 협의가 되든 증원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는 이런 예산안이 확정적이며 2030년까지의 예산 계획에 대해서도 재정 당국과 상의 된 상황”이라며 “많은 예산을 확보하고 나서 조절하는 건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민지·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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