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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9년만에 돌아온 형사 서도철 “사람은 늙어도 정의는 안 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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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영화 ‘베테랑2’로 처음 영화 시리즈물에 도전한 배우 황정민은 “처음 영화 하는 것처럼 떨린다”고 개봉 소감을 말했다.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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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걸걸한데 속정 깊고, 하고자 하는 일에 투철한 정신을 가졌죠. 주변에 한 명 있으면 든든하고 무조건 믿고 따를 것 같은. 저도 그런 좋은 선배, 좋은 어른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배우 황정민(54)이 흠뻑 반한 이 남자, 영화 ‘베테랑’ 시리즈(감독 류승완)에서 그가 연기한 강력반 형사 서도철이다. 2015년 여름 1300만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이 9년 만에 2편(13일 개봉)으로 돌아왔다. 1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황정민은 “‘베테랑’은 수많은 필모그래피 중에도 정말 아끼는 작품”이라며 “영화를 처음 하는 사람처럼 떨린다”고 했다. “저는 늙어도 서도철은 제 마음속에서 늙지 않는 정의로운 인물이죠. 2편 첫 촬영 때 극 중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복도를 걸어가며 명찰을 다는 느낌이 꼭 1편 때 같아서 기분이 묘했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2022), ‘서울의 봄’(2023) 등 최근 잇따른 악역보다 “선을 넘어도 안 되고 자칫 밋밋해지기 쉬운 서도철 같은 캐릭터가 어렵다”면서 “외줄 타듯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1편은 “어이가 없네”라는 명대사의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와 명확한 선악 구도를 보였지만, ‘베테랑2’는 사적 복수를 내세운 연쇄 살인마 ‘해치’ 캐릭터를 통해 “정의에 관한 속 시원한 해답보다 질문 거리를 던졌다”(류승완). 가벼운 코미디를 다소 덜고, 사회에 만연한 폭력과 마약, 가짜 뉴스 등 고민도 깊어졌다. 올 5월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심야상영) 부문에 초청돼 “1편의 코미디 톤을 낮추고 더 날카로워진 후속작”(스크린데일리)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폭력을 엄중하게 다룬 긴장감 넘치는 롤러코스터”(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평가를 받았다.

공동각본을 겸한 류승완(50) 감독은 전날 언론 시사 후 간담회에서 “몇 가지 스토리 중 황(정민) 선배님과 상의 끝에 지금의 버전으로 진행하게 됐다”면서 “서도철이 곧 황정민이다. 자연인 황정민의 인간적이고 배려심 있는 모습, 성숙하고 지쳐가는 모습이 녹아있다”고 밝혔다.

2편에선 아버지로서 서도철의 성장통도 담긴다. “선배님이 조태오 잡는 걸 보고 경찰이 됐다”는 빼어난 전투력의 일명 ‘UFC 경찰’ 박선우(정해인)는 서도철의 사회적 아들이라면, 집에선 “애들은 싸우며 크는 것”이라고 그가 외면해온 고교 2학년 아들이 학교폭력에 휘말린다.

공교롭게도 촬영 당시 황정민의 아들 역시 고교 2년이었다. 아들과 실제론 사이 좋다는 그는 “아들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식이던 서도철이 마지막에 ‘내가 생각이 짧았다’고 사과하는 게 저한테는 중요했다”면서 “저는 어릴 때 아버지하고 안 친했지만 부모가 되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서도철이 자기 잘못을 정확히 인정하는 어른, 사과할 줄 아는 어른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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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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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연기한 정해인에 대해 “(그가) 나오면 모든 관객이 무장해제된다. ‘서울의 봄’에서도 느꼈잖나. 그 친구의 국화 같고 뽀송뽀송한 ‘엄친아’ 얼굴, 그 묘한 눈이 제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더 강해진 액션 소감을 묻자 “더는 액션 못 하겠다고 농담할 만큼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류 감독이 정교하게 안무를 짠 덕에 어렵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사적 복수 살인 소재를 두고선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이 있냐. 살인은 살인”이란 대사로 대신 답했다.

류 감독도, 그도 영화 속편은 처음이다. 황정민은 “‘베테랑’ 1편 때도 ‘리셀웨폰’ 시리즈처럼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그랬었다. 배우가 영화 시리즈물을 갖는 건, 있을까 말까 한 일인데 저한테는 ‘베테랑’이 시작”이라고 했다. 3편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과 관련해선 “2편이 잘돼야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국제시장’(2014) ‘베테랑’을 이은 그의 3번째 천만 돌파작 ‘서울의 봄’이 한창이던 올해 초 나홍진 감독 영화 ‘호프’ 촬영을 마쳤다. 지난 7~8월엔 국립극장에서 셰익스피어 연극 ‘맥베스’ 타이틀롤을 맡아 “2시간 동안 감독의 ‘컷’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쏟아내는 카타르시스”를 흠뻑 느꼈다.

올해 추석 연휴 한국 대작 영화 개봉은 ‘베테랑2’가 유일하다. 개인 통산 네 번째 천만 흥행 가능성을 묻자 황정민은 몸을 낮췄다. “너무 어려운 숫자고 원할 수도 없지요. 일단 손익분기점(400만 관객)만 넘으면 좋겠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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