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선 토론 땐 힐러리에 성차별·막말
"해리스, 트럼프 막말에 직접 맞서지 말아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연설을 마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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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희롱 발언이 일상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성 비하 본능'이 또 튀어나올까. 10일(현지시간) 열릴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첫 TV 토론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이 주요 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성 경쟁자를 만날 때마다 어김없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던 게 과거 사례여서다. 여기에 '대선 후보급' 토론 경험이 없는 해리스 부통령이 흥분해 말려들 경우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할 가능성도 있다.
2016년 힐러리 향해 "추잡한 여자" 막말
미 뉴욕타임스(NYT)는 9일 "트럼프는 9년 이상의 정치 경력 중 여성 후보 및 언론인에 대한 노골적 젠더 공격의 플레이북을 연마해 왔으며, 해리스와의 토론에서도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백악관으로 향하는 길목의 최대 승부처가 될 토론이라고 해서 얌전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이 아니라는 얘기다.
전례는 많다. 2015년 공화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당시 그는 경쟁자였던 여성 후보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에게 "저 얼굴을 보라, 누가 저 얼굴에 투표하겠는가"라며 외모 비하 발언을 던졌다. 이후 TV 토론에선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또 다른 외모 평가도 늘어놓았다. 그러다 몇 분 뒤엔 "그녀는 내 회사를 경영할 수 없다"며 '자격 미달론'을 펼쳤다.
이듬해 대선 후보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맞붙었을 때도 그의 성차별 발언은 계속됐다. 정점은 마지막 3차 토론 당시 클린턴 전 장관 면전에서 던진 "추잡한 여자(nasty woman)" 발언이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달 10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에서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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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쓰는 것도 아니다. 그는 토론 중 발언을 하던 클린턴 뒤에 우두커니 서 있거나 서성대는 '기행'을 연출했다. 체격 차이가 나는 클린턴과 한 카메라에 함께 담기는 '투샷'을 통해 '스트롱맨'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계산이었으리라는 게 미 언론들의 평가다.
이번 토론을 앞두고 그가 "(해리스가 밟고 올라설) 박스나 인공 리프트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부정행위"라고 올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해리스 부통령의 키는 약 162㎝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신장 약 190㎝의 거구다.
해리스 겨냥 막말 땐 여성·유색인종 표 이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돌발 발언은 당연히 '제 살 깎아먹기'다. 여성일 뿐 아니라 유색인종(인도·자메이카 혈통)인 해리스 부통령의 정체성을 공격할수록 여성·흑인 표를 깎아먹기 때문이다. 또 유동층이나 온건 공화당원들까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당내 여성 인사들도 우려하는 점이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폭스뉴스에서 "그가 민주당 여성을 '멍청하다'고 부를 땐 공화당 여성들도 등을 돌린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해리스 부통령에게 마냥 호재인 것도 아니다. 대선 후보 토론 경험이 전무한 그가 '트럼프식' 즉흥적 막말·기행 등에 말려들 수 있어서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 토론준비팀에서 활동했던 로버트 바넷 변호사는 미 월스트리트저널에 "해리스는 무슨 희생을 치르더라도 미끼를 물고 트럼프의 광기를 직접 다루려 나서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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